역시 아주 간단한 비유인데, 이를테면 영화 '아저씨'의 악역인 만석과 종석이 경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으면서 그렇게 하소연한다.


"사실 우리는 잘못 없어요. 다 세상이 그렇게 만든 거에요. 환경이 우리를 죄인으로 만든 것 뿐이에요. 그러니 먼저 이 사회를 바꿔야 해요."


물론 그런 주장을 실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사람이 악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람이 약한 것이다. 주위의 조건과 환경이 개인을 악에 물들도록 죄를 짓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전제는 일단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나서 떠들든 하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납치하여 강제로 마약을 만들게 시키고 그러다 쓰러지면 장기를 적출해서 내다팔았었다. 그래서 주장하는 것처럼 자기들은 죄가 없다면 피해자들은 누구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장기까지 잃어야 했던 것인가. 이미 자신들이 저지른 죄가 있는데 그 죄를 면하고자 환경을 탓한다. 세상을 탓한다. 그러므로 자기들은 아무 죄도 없고 처벌받을 이유도 없다.


대통령이 문제인가 헌법이 문제인가. 대통령과 그 측근의 잘못인가 헌법이 잘못된 것인가. 그러면 대통령중심제에서 내각제로 바꾸면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책임이 있던 국회에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뜻인가. 그동안 여당인 새누리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야당에서 최순실을 비롯 대통령과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부정과 비리에 대해 눈치채고 조사하려 나섰을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섰던 것은 누구인가. 그런데 이제와서 모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책임이라며 자기들은 아무 책임없다고 개헌론을 주장하고 나선다.


그래서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이다. 문재인이 아주 적확하게 지적했다. 면피용이다. 물타기용이다. 그러고서도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서 여전히 심판의 주체로서 남기 위한 술책이다. 심판의 대상이다. 먼저 죄를 물어야 할 대상이다. 공범이다.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법에 책임을 떠넘기고 자기들만 자유로우려 한다. 박근혜만 제물로 바치면 자신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기득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옆에서 지원하는 국민의당이나 한겨레, 경향 등 야권 언론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클래스다. 괜히 계급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좌와 우를 떠나 그들은 같은 클래스 위에 있다.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엘리트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러므로 새누리당과도 책임을 다하려면 연대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에게도 지분을 나눠줘야만 한다. 그들을 용서하고 함께해야만 한다. 그것이 진정 국민의 뜻이던가.


인터뷰에서 '아저씨'의 악역 만석과 종석에게도 나름대로 아픈 사연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무슨 상관인가. 죽은 사람이 있다. 어쩌면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야 할 사람들도 있다. 누가 무엇으로 그들을 용서할 것인가. 인권과는 별개의 것이다.


아무튼 머릿속에 먹물만 든 헛똑똑이들이 또 이 지랄들 하고 있다. 87년에도 김영삼 김대중을 양쪽에서 부추기던 먹물들이 있었다. 세상은 자기들 머리속에 들어있다. 정의도 진실도 진리도 모두 자기들이 결정한다.


다시 말한다. 새누리당은 어디까지나 공범이며 박근혜와 함께 심판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개헌의 주체가 아니라. 선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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