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까지만 해도 적잖이 보였었다. 내가 진보정당을 지지하는데 수구정당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투표해야겠다. 아니 그 전부터 진정한 진보를 위해 진보정당에 투표해야 하는가 현실의 전진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해야 하는게 논쟁이 치열하게 오가고는 했었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도 미안한 마음에 비례투표 등 기회가 주어지면 진보정당에도 표를 몰아주는 등 투표를 통한 연대가 이루어지곤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2020년 총선부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어려워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보기가 힘들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더이상 정의당에 양보를 요구하지 않고, 정의당 지지자들도 어쩔 수 없다며 민주당을 차악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사라졌다. 그냥 자기들 지지하는 정당에 지지하며 경쟁자로서 서로를 적대하며 비판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2%대로 추락한 정의당의 지지율이다. 어째서 서로 표를 주고받으며 품앗이하던 당시에는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다가 아예 갈라서고 나니 아주 바닥을 기는 것일까?

 

별 것 없다. 그동안 정의당에서 몇 차례 탈당사태가 있어 왔었다. 주로 참여계 쪽이었는데 노동계나 시민사회등에서도 줄줄이 당적을 버리고 나가는 일들이 몇 차례 있었다. 문제는 그때마다 정의당이 어떤 태도를 보였느냐는 것이다. 

 

"나가라! 가짜는 필요없다. 진보의 순수성을 위해서 나갈 사람은 나가는 게 옳다."

 

웃기는 건 당시 저렇게 탈당한 대부분이 가장 많은 당비를 내던 이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참여계는 아예 대놓고 정의당의 돈줄이었다. 그런데 외면했다. 그런데 배반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여성주의. 더이상 노동현장에 정의당은 없었다. 노동자들이 절박한 호소를 하는 순간에 정의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장애인도 마찬가지고 여러 사회소수자들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 보안원의 정규직화에 대해 정의당이 어떤 목소리를 냈었는가?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가장 앞장섰던 것은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었다. 그 결과인 것이다. 정의당은 더이상 노동자도 사회적 약자도 대변하지 않고 있다.

 

김건희가 김지은씨를 모욕했을 때도 정의당은 침묵했었다. 박원순을 같이 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직 여성방송인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도 역시 아무말도 않고 있었다. 오세훈이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렸을 때 정의당은 오히려 그저 법 안에서 월세를 올려 받았을 뿐인 박주민만 욕하고 있었다. 조동연씨의 경우는 어떠했었는가? 제대로 된 여성주의도 아니다. 그들의 여성주의는 김건희를 추구하지 김지은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류호정의 보좌관 부당해고 아니었던가. 

 

그러니까 이제와서 대선이랍시고 나왔는데 진보적인 아젠다는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욕만 걸차게 해대고 있는 것이다.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놈저놈 다 나쁘다. 특히 민주당이 나쁘다. 민주당이 나쁜 이유가 덜 진보적이어서라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절대 아니다. 차라리 이재명에게 서민에게 가혹하다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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