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드문제를 미국과 중국 어느쪽의 입장도 거스르지 않으면서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그래서 중국이 저리 지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을 동결시킨다. 최소한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도록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객위주다. 오히려 사드를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지렛대로 삼는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강조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려 하는 이유다. 빠르면 1년, 길게 봐서 2년 안에 북한 핵문제 해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사드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더이상 북한의 핵무기를 막기 위한 수단이 필요없을 뿐더러 북한의 전향적 태도에 대해 내주는 선물로도 유용하다. 그리고 북한핵문제의 해결은 여러 구설수로 곤란을 겪고 있는 트럼프에게 확실한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나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미국과의 공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는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미국과의 공조에 실패하여 북한핵문제 해결에 동력을 잃어서는 안된다.


즉 당장은 직접적인 대화나 협상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밑에서 끊임없이 북한과 중국에 제안하고 설득을 시도하게 된다. 그런 것은 실무선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대통령은 단지 가이드를 설정하는 역할에 머물 뿐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이 임한다면 실무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은 중국의 태도변화인데, 한국정부 혼자라면 어쩌지 못하겠지만 미국과 일본이 함께 여론을 만들면 중국이라고 지금처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다행히 트럼프는 러시아의 푸틴과도 사이가 좋다. 자칫 북한 핵문제 해결을 빌미로 대중국포위망이 만들어질 상황이다. 문재인이 위안부협상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일본정부를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중국을 적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나라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한국정부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중국정부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사드배치와 관련해서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철저히 밟는 것도 그를 위한 명분쌓기다. 한국정부는 그럼에도 중국정부를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보답을 받기 위해서는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한국 혼자가 아니다. 동맹자인 미국과 함께다.


아마 그같은 메시지가 전해졌기에 전에없이 미국 정가에서도 문재인을 극진히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은 명확한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 질서에서 한국정부는 항상 미국과 이해를 함께하며 미국의 동맹자로서 존재할 것이다. 굳이 한미일동맹을 위해 한국정부를 희생시킬 필요 없이 한국정부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맹방 가운데 하나다. 그것이 외교라는 것이다. 항상 공짜는 없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