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나온 한 마디가 또 논란이 되었다. 입양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숙려기간을 두고 서로 맞지 않으면 취소하거나 아이를 바꿔주는 등의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한 번 입양했으면 끝까지 책임지도록 해야지 입양을 취소하고 심지어 아이를 바꿔준다는게 말이 되는가.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서라도 입양자격을 더 엄격하게 심사하고 한 번 입양했으면 처벌을 강화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 그래서 특히 양부모가 입양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데 법으로 책임지게 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입양아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보살피게 될 것인가.

 

현실은 현실이다. 이상이 이상인 이유는 현실이 사람들이 당연히 믿고 바라는 기대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도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에 대해 엄격한 자격심사가 이루어진다. 벌써부터 입양 전에 잠시 함께 살아보며 더 깊이 생각해 보라고 숙려기간도 두고 있다.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다. 자기 배아파 낳은 친자식도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내다 버리고 방치하는 것이 현실인데 하물며 전혀 상관없는 아이를 입양해서 함께 사는 것이다. 처음 아이를 입양할 때는 진심이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바뀔 수 있고, 아이를 기른다는 자체가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환상과 너무 거리가 멀어 마음이 돌아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억지로 함께 살게 한다고 그런 마음이 다시 바로 잡히겠는가. 이혼할 부부를 억지로 같이 살게 한다고 그들의 사이가 더 좋아지겠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듣기에 옳으니까. 아이를 한 번 입양했으면 끝까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 자체는 듣기에도 참으로 옳은 말이니까. 

 

바로 그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파헤치고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지식인의 책무인 것이다. 이상은 어떤데 현실은 어떤가. 그렇다면 그 사이를 최소한으로 좁히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것을 또 실제 실천으로 옮기는 이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언론이든 지식인이든 보수정권 아래서는 현실만 찾고, 진보정권 아래서는 이상만 말한다. 그래서 진보정치인들은 항상 문제가 많은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보수정치인들의 행동은 현실이 그러하고, 진보정치인들의 행동은 이상과 이만큼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보수정치인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고, 진보정치인들은 이상론적으로 사악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민주정부를 공격하는 이들이 앞세우는 주된 논리다. 같은 입시비리라도 - 심지어 입시비리인가도 분명하지 않음에도 연세대 교수들과 정경심 교수에 대한 판결을 비교해 보라. 정의를 주장해 왔으니까. 도덕을 말해 왔으니까. 진보와 이상을 외쳐 왔을 테니까. 괘씸죄가 더해진다. 반면 어차피 보수정치인들은 그런 주장따위 안 하고 있었으니까. 욕망대로 살자고 말하고 행동도 그리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모순은 정의와 도덕을 기준으로 민주당 인사들을 공격하는 것 역시 보수정치인들이란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진보정치인은 이상에 충실해야 하고 보수정치인은 현실에만 충실하면 된다.

 

자칭 진보들이 쉽게 보수에 포섭되는 이유인 것이다. 듣기에 옳거든. 당장 듣고 있기에는 정말 옳게 여겨지거든. 그래서 조국 전장관 일가족을 지금도 하나가 되어 물어뜯고 있는 것이다.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완전무결하게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최강욱 의원이 유죄판결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인턴증명서에 한 점 오류도 거짓도 없이 정확하지 못했으므로 위조다. 그럴 거면 지금 기자새끼들은 죄다 감방에 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지성이다. 인간의 이성인 것이다. 이성 없이 본능만으로 쓸 경우 그런 당위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 어째서 사문서위조라는 범죄는 형법에 없는 것인가. 이해할 머리도 능력도 의지도 안된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도덕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완전하지 못하기에 그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완전하지 못한가? 어째서 그런 모순들이 발생하는가? 그러므로 그런 모순들을 바로잡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인가. 그것이 비판이다. 그것이 진실이며 대안제시다. 하지만 상관없다. 조국은 그 상징과 같다. 자신들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야 하는 이유 같은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은 정의롭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정당이니까. 그러니 비판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걸 논리적이라 생각하는 대가리가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만을 공격하며 국민의힘을 편드는 자신들은 옳다. 웃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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