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핵문제해결에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심지어 중국마저도 정작 북한을 말릴 어떤 방법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유신정권 말기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작 미국 카터행정부가 박정희 정권의 독재와 인권유린을 문제삼고 나오자 미국과의 관계단절마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한민국의 안위보다 정권의 보전이 우선이다. 북한도 같다. 아무리 중국과 혈맹이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더라도 김정은의 권력보다 그것이 우선하지는 않는다.


김정은이 김정남을 무리한 수단을 동원해서까지 공개리에 암살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중국이 김정남을 앞세워서 자신을 끌어내리려 할지도 모른다. 김정남이라면 김정일의 장남이니 그럴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권력기반이 부실하다. 창업군주인 할아버지와도 오랜 후계계승작업을 거친 아버지와도 다르다. 무엇보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데 측근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군부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다. 당장 자기 주변의 눈치부터 봐야만 한다. 그것이 김정은의 행동의 폭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중국이 뭐라 하든 김정은은 이대로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결국 남은 방법은 김정은 제거 뿐인데 이것 역시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군사적 행동은 자칫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친중인사들을 이용해서 쿠데타를 일으키더라도 김정은의 제거가 북한지도부의 제거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북한이 내전에 빠져들기라도 한다면 그 여파는 한국에까지 미치게 된다. 가장 확실한 것은 한국정부의 동의 아래 미국과 함께 평양을 타격하여 조기에 김정은과 수뇌부를 제거하고 중국이 지도부가 사라진 북한의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중국은 패권국으로서 자신의 동맹을 적국의 손에 넘겨주었다는 명분적인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오랜 혈맹이던 북한 정권을 그들에게 내주었다. 그만한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타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일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 정부로서는 시간을 벌고 있는 중이라 말할 수 있다. 조기에 북한의 지도부를 타격하여 제거하고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도발 이후 정부가 보여온 일련의 행보들이 말해주고 있다. 군사적 옵션도 아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인내하지만 그 인내가 무한하지만은 않다. 그 사실을 한국 야당과 보수언론들만 모르고 있다. 만에 하나 군사적 행동을 취하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조기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그 결과는 북한에 친중정부가 들어서며 영구히 북한과의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 되기 쉽다.


문재인 정부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이제 더이상 말로는 누구도 북한을 달래수도 설득할수도 없다. 북한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 이상 남은 방법은 없다시피 하다. 물론 중국이 제제에 동참하면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체제가 더이상 희망없는 위기로 내몰리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또하나 불안요인으로 남는다. 중국에게 바라는 것은 제제의 동참이 아닌 그를 통한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실력행사다. 중국에게도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현재 난맥의 가장 큰 이유다. 또다른 가능성은 미국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는 것인데 그것은 불가능한 요구일 테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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