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요즘 많이 느슨해졌던 것 같다. 사실 일이 힘들다. 일하는 시간도 길고, 워낙 피곤해서 집에 돌아오면 자고 일어나 출근하는 것조차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잠이 부족해서 항상 졸리다. 그러니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것도, 그에 반응해 글을 쓰는 것도 게을러진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도 개인에 대한 호불호로 아주 선별해서 한두개만 겨우 보는 정도다. 확실히 인터넷이란 개인의 투쟁본능을 극한으로 이끌어내는 공간인 모양이다. 나는 이토록 평화롭고 온건한 일상을 사랑하는데. 그런데 왜 이리 신나는 것일까?

 

더 강한 적을 만나면 지레 움츠러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더 좋다고 투쟁본능을 자극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인터넷이란 안전한 공간에서는 더 그렇다. 딱 좋다. 검찰만으로는 시시했는지 모르겠다. 법원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벌써 윤석열은 끝났다. 법원이 윤석열의 편에 서지 않았다면 윤석열이고 뭐고 검찰개혁은 이미 끝이 난 상태였을 것이다. 아니 법원이 검찰과 유착해 있지 않았다면 검찰개혁이란 자체가 아예 필요없었을 수 있다. 당연하다. 검찰이 마음대로 수사하고 기소해도 법원에서 제대로 재판해서 걸러냈으면 검찰이 저렇게 마음대로 날뛸 수 없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그냥 검찰만 개혁하고 끝이 아니다. 검찰을 개혁함으로써 검찰과 법원이라는, 수사와 기소와 재판이 일체화된 카르텔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저들을 모두 개혁해야만 한다.

 

김어준의 말처럼 신발끈을 다시 묶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의지를 더욱 다지고 전의를 일깨워야 하는 때가 돌아온 것이다. 원래 검찰과 한 편이던 법원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며 구원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윤석열 검찰이 절체절명의 한계에 내몰린 상황에서 법원이 나서면서 기사회생정도가 아닌 역전을 노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어찌해야겠는가? 법원까지 나섰으니 손놓고 물러나서 항복해야 하겠는가? 그 법원까지 물리치고 목적을 달성해야 하겠는가? 항복도 불가능한 이유는 저들이 노리는 것은 현직과 차기 대통령 모두이기 때문이다. 항복하기 위해서는 이낙연이 차기 대권을 포기해야만 한다. 과연 이낙연이 타협을 시도한다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걸 저들이 두고 볼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낙연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불신은 없다. 오히려 의심을 갖는다면 이재명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히 선명한 주장을 내놓는데 검찰이나 법원에 대해서는 그다지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이낙연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면 결국 이재명의 의지는 이재명의 말을 통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그 말이 현재 사라진 상태다. 역시 나는 이재명이 아닌 이낙연을 믿고 지지해야 하는 것일까. 선택지가 제한되었지만 그래서 더 나을 수 있다. 아무리 김어준이란 개인을 싫어해도 이런 때 김어준이란 스피커를 통해 결집함으로써 의지를 드러내야 하는 것처럼 더욱 이낙연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차기에 대한 의지를 굳혀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어디 한 번 해보자. 그래도 차기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나올 것이고, 검찰개혁과 사법개혁과 언론개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음 대선을 위한, 아니 지속적인 이 사회 기득권의 개혁을 위한 의지를 다잡아야 하는 것이다. 싸움은 시작되었다. 저들은 이미 전력을 다해 공격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물러서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다시 비극이 반복될 뿐이다. 그냥 정권만 잃고 끝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또다시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자칭 진보언론과 정당과 지식인들로부터 그 살의를 느낀다. 저들마저 살의를 품을 정도면 그 진짜 주체의 의지란 얼마나 강한 것일까? 문재인도 정경심처럼 만들어주겠다. 김명수의 결심이다. 다시 그런 상황을 반복할 수는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

 

그래서 먼저 뒤를 쳐야 한다. 배후를 없애야 한다. 여전히 자칭진보들에 미련을 두고 있는 지지자들이 문제란 것이다. 유시민도 문제다. 자칭 진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유시민도 결국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지 모른다. 아마 그래서 더욱 정치비평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민주당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서도 자칭 진보와 함께 갈 수 없는 현실을 아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지자들부터 정의당과 한겨레와 진보지식인 나부랭이들을 버리고 기득권과의 전쟁에 올인해야 한다. 죽느냐 사느냐. 중간은 없다. 그래서 전쟁이다. 좋아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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