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뜬금없었던 사면발언 이후 이낙연도 아마 깨달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없이 자기 힘으로 대통령은 어림도 없다. 민주당 경선도 통과하기 어렵다. 사실 지금 이낙연이 이나마 지지를 받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알게모르게 이낙연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예 대놓고 이낙연과 선을 그었으면 지금 지지율은 추미애와 같이 놀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이낙연의 한계다. 자기 힘만으로는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달기도 쉽지 않다.

 

언론이 만든 의회독재 프레임에 누가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가 굳이 살펴볼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그런 놈들이 민주당 안에 적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놈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과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가 민주당에 - 심지어 개혁파로 여겨지는 이들 가운데서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원총회에서 의결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대선후보 가운데서도 그들과 입장을 같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언론의 의회독재 프레임부터 풀고 나서 당당하게 국민의힘과 경쟁하고 협상하며 개혁을 이뤄 나가자. 이미 기득권인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은 별 것 없는 시민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이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처음부터 지지하며 나섰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당원과 지지자들의 반대가 워낙 뜨거우니 - 더구나 자신의 핵심지지층인 똥파리들조차 송영길과 윤호중을 욕하면서 반대하고 나서고 있으니 이대로 자기 신념대로 지지하고 나서기에 곤란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먼저 추미애가 치고 나가면서 정세균까지 한 마디 거든 바 있었다. 일단 합의는 지지하는데 법사위의 과도한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그냥 넘기는 게 아니라 법사위가 더이상 개혁입법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존재하지 않도록 아예 그 기능 자체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법사위의 특권을 축소하지 않으면 양보는 없다.

 

솔직히 포기했었다.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 이건 그냥 특정한 누군가의 분탕질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다수 국회의원들의 합의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합의에는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었었다. 소수 국회의원들이 자기 신념을 걸고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민주당의 핵심 가운데 다수는 이번 합의에 동의하고 있었다. 설마 바뀌겠는가. 그런데 참 극성스런 지지자들 덕분에 꽤나 기대해도 좋을 만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면 이해해 줄 필요가 없지. 이해라기보다 포기다. 원래 그런 새끼들이니까. 그런데 바뀔 수 있으면 바꾸는 것이 옳다.

 

자구체계심사 이외의 다른 심사를 못하게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하는 정도로도 부족하다. 자구체계심사 자체를 폐지하고 대통령의 거부권과 마찬가지로 설사 수정할 부분이 있어도 해당 상임위에서 직접 하고 다시 올릴 경우 무조건 표결로 부쳐 상정하도록 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러면 법사위를 양보해도 크게 문제삼지 않겠다. 그런 정도라면 법사위 양보하든 말든 그보다 야당과 협치하는 이미지에 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욕심을 부려 보련다. 민주당에 대한 마지막 기대다. 기대할 것이 없는데도 혹시나 싶은, 지지자들에 걸고 믿어보는 기대인 것이다. 민주당의 딜레마다. 민주당처럼 당과 지지자가 따로 노는 정당도 드물 것이다. 민주당을 가장 싫어하고 의심하고 미덥지 못해 하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민주당 지지자 자신들이다. 그래서 항상 긴장관계다. 그 지지자 버리고 싶어 민주당은 또 항상 국민을 팔고 다니는 것이고. 이번은 어떨까. 하여튼 개새끼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