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나도 집 좁은 것 싫어서 곧 죽어도 방 두 개 짜리로 구해 혼자 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보니 집 구조를 대충 알고 있는 옆집에서 오해하더라. 아니 이렇게 넓은 집에서 혼자 살아요? 혼자 살지 그럼?

 

사실 11평이면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떠드는 그 서민 말고 진짜 서민 기준으로 한 서너 명 가족이 살기에 그리 좁지 않은 넓이이기는 하다. 방도 두 개니 부모가 한 방 쓰고, 자식이 한 방 쓰고, 혹은 노부모 모시면 아이가 노부모와 함께 쓰고,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나도 그렇게 살았단 것이다. 내가 외할머니와 방을 함께 쓰고, 넓은 큰 방은 부모와 동생들이 썼다.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고보니 아주 오래전 미국 시트콤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방 두 개에 욕실 하나 있는 아파트에서 몇 명이 잘 수 있겠는가. 많으면 네 명까지라 말했던 백인 양아버지의 대답에 할렘가 출신의 흑인 형제가 17명은 잘 수 있다 대답한 것이 기억이 난다. 사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르다던가. 부부가 한 방 쓰고, 노모가 딸과 같은 방 쓰고, 여동생이 또 방 하나 쓰면 방 세 개가 딱 적당한데? 방 두 개로 부부가 아이와 한 방 쓰고 노모가 딸과 한 방 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뭐가 이상한가? 그런데 이상하다. 언론의 기사제목마저 이상하다. 그게 말이 되는가고.

 

이번 신임 국세청장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 대충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방 세 개짜리 집에서 노모와 동생과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았다라. 그걸 또 이상하다며 의혹이라 따져묻는 정치인이나 그걸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이나.

 

내가 이상한 것일까? 확실히 언론이 떠드는 서민의 기준에 비하면 나는 거의 외계인 수준일 것이다. 전세보다 월세가 더 나을 수 있다. 집 사는 것보다 그냥 평생 월세를 사는 게 나을 수 있다. 이상한가? 이상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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