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워마드니 메갈이니 하는 사이트의 정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다. 보면 알겠지만 나는 인터넷을 쓰는 폭이 매우 좁다. 굳이 그런 사이트들을 일부러 찾아가 불쾌할 것이 뻔한 글들을 찾아읽는 번거로운 짓을 사서 하는 타입이 아니다. 다만 미러링이라는 말에 일베 하는 짓거리에 일부 과격한 여성들이 과격한 형태로 대응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 실체를 알고 나서는 늘 하던대로 쌍욕 쳐박으며 욕해댔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선을 너무 넘었지.

 

예전 어느 만화인가 소설엔가에 등장한 악역이었다. 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 그 분풀이를 하겠다고 아예 이 세상을 망하게 하려 한다. 내가 너무 억울한 일을 당했고, 내가 너무 큰 고통을 겪었으니까 그 분풀이로 다른 사람도 그런 일을 겪도록 해야겠다. 그런데 그 대상이란 것도 실제 자기 가족을 죽인 사람도 아니고, 그만한 책임을 가진 더 높은 자리에 있는 더 힘있는 대상이 아닌 자기보다 훨씬 약할 것 같은 누군가란 것이다.

 

메갈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메갈과 워마드가 그같은 선넘는 언동들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준엄하게 꾸짖으며 현실의 규범을 벗어난 행동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막나가는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메갈이니 워마드니 하는 것들도 여성주의라고 귀기울여 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니 평생 열등감에 찌들어 남탓이나 하며 숨어살던 버러지들이 죄다 기어나와 여성주의를 앞세우며 메갈과 워마드를 등에 업었던 것이었다. 사실 여성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였다. 아마 여성주의자들이 성급하게 미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결심한 것도 그런 현실의 변화를 인지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여성주의에 우호적인 나같은 사람들마저 여성주의를 혐오하기 시작했고, 같은 여성 가운데서도 더 열성적으로 메갈에 동조하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은 메갈로 오해살 우려로 인해 여성주의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메갈이 여성주의를 과대표하게 되면서, 그러도록 여성주의자들 스스로 용인하고 방관하면서 여성주의의 이미지는 바닥을 뚫고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메갈리아의 미러링을 비판하던 놈들이 그들과 같은 길을 가려는 것인가.

 

내가 당당히 지금 선거에서 영향력 좀 발휘했다고 기세등등해서는 여기저기서 패악질을 벌이는 놈들을 욕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여성주의자들이 비슷한 짓거리 할 때 나는 그보다 더 심하게 욕했었다. 정히 일베의 패악질이 보기 싫어 미러링하려면 일베를 대상으로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힘을 빌어 개인이나 소수의 타인을 폭력으로 억압하려 하기보다 당당히 개인 대 개인으로 논쟁을 하거나, 다수 대 다수로 전쟁을 벌이면 된다. 사실 일베에 대한 미러링이라는 것도 웃긴 것이 과연 일베에 대해 거의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가 적대하던 상황이라 뭔 짓을 해도 일베만 욕먹을 것이란 확신이 없었어도 그랬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일베란 패악질 만큼이나 사회적으로도 적대당하고 천대받는 역외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너무 닮았다.

 

메갈이 싫으면 메갈을 욕하라. 여성주의가 싫으면 여성주의자들과 싸우라. 자기들 목소리 들어주지 않는 정치인들 싫으면 찾아가서 욕하든 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든 하면 되는 것이다. 내 부모가 옆 동네 깡패에게 살해당했는데 너희들 돕지 않고 뭐했냐고 동네 사람들 상대로 칼춤을 춰대면 그건 미친 놈이지 정상이 아니다. 더구나 커뮤니티라는 다수를 등에 업고 훨씬 더 약한 고양이를 상대로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페미가 너무 자기들에게 위협이라서? 실존의 문제라서? 그런데 왜 다수로 뭉쳐서, 젊은 남성의 위력을 과시한 지금, 전혀 상관없는 대상에게 그러고 있다는 것인가.

 

그 동영상에 올라온 문장 하나가 메갈과 연관이 있다. 아니면 해명하고 사과하면 되는데 댓글을 막아 버렸다. 바로 메갈의 언어이며, 여성주의자들의 언어이며, 무엇보다 더 끔찍한 군사독재와 일본제국주의의 언어였을 것이다. 내가 정의다. 내가 심판자다. 내가 단죄자다. 늬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안전하게 타인을 공격할 수 있는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다수를 등에 업은 채 위세나 부리는 얼치기들일 뿐. 딱 메갈이나 워마드와 같은 종자들이다.

 

개인적으로 일베에서 탈출해 온 난민들이 아닐까 싶다. 하는 짓거리가 진짜 메갈 워마드 판박이인데 그런 행동의 원조는 바로 일베였었거든. 더 재미있는 것은 오세훈이 여성주의 정책을 강화하겠다 약속했을 때는 전혀 페미라는 비판이 들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오세훈은 착한 페미이고 우리편 페미다. 비슷한 놈들이라는 전제에서 그런 점에서 아주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내가 어렵고 힘들다고 타인에 폭력을 휘두를 권리같은 건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메갈과 워마드를 자기들만 욕했을까? 어째서 페미니즘에 우호적이던 이들마저 여성주의라며 등돌리게 되었는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여성주의는 쓰레기다. 여성주의자들은 일제와 군사독재에 부역하던 기회주의자들의 후신이다. 메갈과 워마드는 일베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이 사회 잉여에 루저들의 배설창구였다. 그냥 내버려두기만 했어도 좋았을 것을 그것을 마치 여성주의의 대변인 양 대우해 준 여성계와 정치권의 책임이 무엇보다 클 것이다. 그래서 같은 이유로 반페미라는 일부의 패악질도 용서할 수 없다. 행위가 같다면 판단도 평가도 같다. 악은 악이다. 변명은 변명일 뿐이다. 쓰레기가 쓰레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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