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도박에 빠져드는 것은 잃은 돈 때문이 아니다. 정확히 잃게 될 돈 때문이다.

 

도박은 돈을 잃었을 때보다 돈을 땄을 때 더 쉽게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세상에 독한 놈이 돈 따고 도박 그만두는 놈이다. 남이 돈따는 것을 보고서도 저 돈이 내 것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만다. 나도 돈을 따야겠다. 돈을 잃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돈을 따고야 말겠다. 딜러 앞에 있는 저 돈이 모두 내 것인데.

 

마르퀴 드 사드가 제대로 봤다. 인간은 욕망을 상상하는 동물이다. 실제 존재해서가 아니라 상상할 수 있기에 인간은 욕망할 수 있다. 본능을 넘어서 인간의 지성과 이성이 새로운 상상을 통해 새로운 더 자극적인 욕망을 만들어낸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벼락거지'란 단어는 아주 적절한 것이었다.

 

그냥 부동산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 내가 집사는 것이 어려워진 것만이 아니다. 전세값 올라서 이사하는데 압박이 가해지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럴 것이면 굳이 집값 올려주겠다는 오세훈을 그런 수많은 추문들에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토록 수많은 의혹들 속에서도 박형준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IMF가 끝나고 그를 기회로 시장에 떨이로 나온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여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사람들은 다시 IMF오기만 기대하게 되었다. 정의당이나 한겨레, 경향, 심상정, 김규항, 홍세화 등 자칭 진보 나부랭이들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유인 것이다. 저들은 기회를 잡아 돈을 벌었는데 나는 벌지 못했다. 나도 벌어야 할 것 아닌가. 내 돈일 수 있었는데. 분명 내 돈이었을 텐데.

 

그러니까 나도 거지가 아닌 부자가 되어야겠다. 기왕 부동산 오른 것 나도 역시 부동산 오른 것의 혜택을 받아 부자가 되어 봐야겠다. 집이 없어도 상관없다. 직없어도 부동산이 더 오르다보면 기회가 오겠지. 그런데 현정부는 부동산투기에 그리 적대적이네?

 

LH에 대해서 유독 정부와 여당에게만 비판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잡겠다더니? 고소한 것이다. 꼴좋은 것이다. 반면 어차피 국민의힘은 부동산투기를 앞장서서 하려는 놈들이다. 거기 편승하면 나도 한 재산 마련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남들 다 이익을 봤는데 나도 이익을 봐야겠지.

 

열등감이다. 상실감이다. 그보다는 욕망이다. 욕망을 상상케 하는 키워드였던 것이다.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나도 부동산 상승국면에서 크게 돈을 벌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오세훈과 박형준은 차라리 롤모델이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현정부의 LH는 그들의 욕망을 정당화해주는 증거다.

 

여기서 그나마 언론의 마지막 남은 양심이란 게 드러난다. 오죽하면 SBS마저 야당 후보들을 비판하겠는가. 그러면 그 야당후보들을 위해서 지금도 선거운동에 열심인 것은 어디의 누구일까?

 

아무튼 부동산상승을 허구의 욕망으로 이어내려는 언론의 의도는 성공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벼락거지란 말이 그렇게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다만 과연 이런 모습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대중이란 의외로 어리석은 것 같으면서 어리석지 않다.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박형준과 오세훈의 의혹들이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란 것이다. 언론의 의도다. 언론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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