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언론이 박원순 시장의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마저 난도질하면서도 오히려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아직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밝혀진 사실이 아무것도 없다. 성추행이라는 것도 정도가 있다. 그냥 단순히 위로하고 격려한다고 손을 만지고 등을 두드리는 것조차 당사자가 그렇다면 성추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높은 수위의 차마 글로 쓰는 것조차 꺼려지는 그런 수준의 성추행도 있기는 하다. 그러면 과연 박원순 시장이 저질렀다는 성추행이란 어느 정도 수위이고, 그래서 이렇게까지 죽은 사람을 난도질해도 좋은 정도인가.

 

속옷사진이라는데 그냥 런닝셔츠에 반바지 입은 사진이 보기에 불쾌했다 한다면 오히려 동정여론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친근한 표현으로 했던 행동들이 성추행으로 여겨져 고소까지 당한 것이라면 그동안 박원순 시장을 비난했던 사람들에게 거꾸로 비난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진짜 인면수심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성추행이라면 그동안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추모했던 이들마저 돌아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모든 것이 자신들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다. 자기들 머릿속에서 누군가는 박원순 시장이 무고하고, 누군가에게는 성폭행보다도 살인보다도 민간인에 대한 고문과 학살보다도 더 끔찍한 범죄가 되고 마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행위들을 했었길래 당사자는 자기가 성추행의 피해를 입었다 고소까지 한 것일까.

 

그래서 언론은 그런 상상에 기대서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마음껏 죽은 이를 유린할 수 있는 것이다. 가능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유가족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된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조차도 정당하게 여겨질 만큼 박원순 시장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언론의 농간에 어느새 대중들조차 박원순 시장이 저질렀다는 성추행에 대한 상상을 키우게 된다. 어째서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고소인과 변호인은 성추행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도대체 뭔 짓을 저질렀는지 한 번에 시원하게 밝히란 것이다.

 

차라리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잘되었다 여기는 이유일 것이다. 차라리 뭔 짓을 저질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면 추모를 하든 비난을 하든 대중들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삶까지 모두 부정될 정도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가. 아니면 아직은 동정해도 좋을 만큼 단순한 실수에 지나지 않았는가. 그도 아니면 단지 오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 속옷사진이라니까 바로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진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짜 적나라한 어떤 모습일 것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박원순 시장이라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일 수 있다. 그래서 그 가운데 어떤 것인가. 그리고 어떤 행위들이 성추행이라 여겨진 것이고 실제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만일 다른 의도로 고소사실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그 정도가 경미한 수준이라면 사실을 밝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진짜 정도가 심해서 부관참시로도 부족한 수준이라면 의외로 빨리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경고하지 않았는가. 계속해서 2차, 3차 가해가 이루어지면 더 적나라한 사실도 공개할 수 있다. 마치 2차, 3차 가해를 계속해서 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진짜 사실이 밝혀지고 그 정도가 참혹해서 죽음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정도라면 나 역시 박원순 시장을 비난할 것이다. 비난하는 정도 역시 지금껏 내가 해 온 그대로 인간이 아닌 대상에 대한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표현들이 대거 동원될 것이다. 나는 사람이 죽었다고 지은 죄까지 용서하고 하는 타입이 아니다. 다만 비례성만은 지킨다. 그래서 죽음으로 대신할 정도의 죄인가, 그 정도까지는 아닌가. 그러니까 제발 사실을 공개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니게 상상에만 맡기게 하지 말고.

 

과연 언론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랄 것인가. 아니면 정의당이나 자칭 진보, 여성주의자들이 모든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인가. 벌써부터 박원순 시장을 가해자로 단정짓고 비난부터 퍼붓는 민주당내 자칭 여성주의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만일 사실이 아니었다면? 혹은 오해였고, 혹은 정도가 미미한 수준이었다면. 당장 들리는 이야기만도 그렇게 높은 수위까지는 아닌 듯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동안 자신들이 했던 말과 행동들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고소인이야 당당하다. 어떤 경우이든 자신이 성추행으로 여겼고 피해자라 생각했기에 고소까지 했던 것이다. 다만 주위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도덕적 윤리적 법리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가에 대한 판단은 다른 것이다. 그것을 과연 지금 비난하는 모두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영결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차라리 모든 진실을 밝혔어야 했다 말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위해서도, 죽은 이를 추모하려 모인 사람들을 위해서도,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거나, 혹은 비난하는 입장에 선 이들을 위해서라도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서 추모해도 좋은 것인가, 아니면 비난해야 마땅한 것인가. 죽은 이의 마지막 가는 길에 오물을 뿌리고, 무덤까지 파헤쳐 시신을 난도질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물론 언론이나 정치권, 여성주의자들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더 더럽히고 더 난도질하며 마음껏 자신들의 위력을 과시하고 싶을 테니. 혹시라도 진실이 밝혀져서 자신들이 책임질 일따위 만들고 싶지 않다.

 

물론 진실이 밝혀져도 그들은 주장할 것이다. 그조차도 끔찍한 범죄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속옷사진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고문이나 학살보다 더 끔찍한 범죄인 것이다. 그저 친근한 표현이 지나친 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사건을 조작하고 무고한 이를 죄인으로 만든 것보다 더 참혹한 범죄가 되는 것이다.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협박하여 성매매를 강요하고, 그를 통해 이익을 편취하려 한 범죄보다 더 파렴치해야 한다. 믿음은 항상 진실보다 우선한다. 나도 편하게 비난하는 편에 서고 싶지만 글쎄... 안희정은 사람으로 취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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