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문재인의 지지율이 가장 낮았을 때가 2015년의 15%어림이었을 것이다. 같은 무렵 박원순은 2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야권의 최유력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이재명 역시 불과 얼마전까지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어떤 경우에도 문재인을 대선후보로서 지지하는 이른바 이재명 등이 말하는 '빠'의 수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밖의 유권자들의 지지가 모여 박원순과 이재명의 20%에 육박하는 지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만에 하나 당시 지지율 그대로 경선을 치렀다면 당연히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문재인이 아닌 자신들이었을 것이다. 문재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빠'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경선을 둘러싼 일련의 경선룰논란에 대해 어이없어 한순부터 쉬고 마는 이유인 것이다. 박원순이나 이재명이나 잠시나마 문재인이 보유한 강력한 고정지지층 - 즉 '빠'들을 넘어선 지지를 한 차례 이상 기록한 바 있었다. 아마 박원순이든 이재명이든 경선룰을 가지고 시비를 걸며 당밖으로 경선의 외연을 넓히고자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어쩌면 문재인이 최고의 인기지만 당을 벗어나면 다시 한 번 자신들을 지지해 줄 다른 유권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에게서 빠져나간 지지율은 어디로 갔을까?


비유하자면 화투를 치는데 잠시나마 누구보다 많은 돈을 땄었던 사람이 자기가 돈을 잃었다고 부당하다며 시비거는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설이고 해서 친척들끼리 모여 친목을 위해 화투를 치는데 한때 가장 많은 돈을 땄다가 잃게 되자 화투에 문제가 있다며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자기도 다른 사람들처럼 돈을 딸 수 있도록 화투의 룰을 새로 만들자. 그러면 그때 가장 많은 돈을 땄을 때 그 사람은 어디에 무엇에 그 돈을 다 쓰고 있었을까.


서울시장으로 일만 잘했어도 문재인 지지율 가운데 최소 10% 이상은 박원순을 향했을 것이다. 2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문재인 바로 턱밑까지 쫓아갔을 때 뒷심만 발휘했다면 어쩌면 역전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들이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제를 모른다. 분수를 모른다. 도박이다. 한때 자기가 땄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사람들의 환호와 지지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있다. 그들을 지지하던 지지층에서 떨어져나가 30%에 육박하는 지금 문재인의 지지율을 만든 것이다. 자신들의 욕심과 실책을 당과 지지자들더러 헤아려달라. 문재인더러 책임져달라. 응석이다. 경쟁자인데도 문재인에 일방적으로 기대어 가려 하고 있다.


참 난감한 것이다. 친목을 위한 화투판이다. 화기애애하게 판이 끝나야 한다. 그것을 볼모잡는다. 돈을 잃었으니 화투가 잘못된 것이다. 상대가 돈을 땄으니 상대가 잘못한 것이다. 자신은 피해자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다. 웃음만 나온다. 결국 그들의 뜻대로 되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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