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썼지만 그래도 상대당 대표인데다 그것도 이제 막 선출된 젊은 정치인을 당차원에서 나서서 저격한다는 것은 그리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더구나 상대당에서 당의 이름으로 요청을 해 왔다면 또한 무작정 거부하기도 명분상 곤란하다. 집권여당으로서 마냥 야당과 적대할 수만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소속 의원 개인의 이름으로 계속 문제제기는 하더라도 당차원에서는 상대의 요청도 있으니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겠다.

 

이를테면 신사협정이란 것이다. 아무리 당대당으로 서로 경쟁하며 때로 적대하는 사이더라도 일정한 선 만큼은 넘지 말자. 그래서 선의로 요청에 따라 동영상을 내려준 것인데 바로 그것을 이준석이 언론플레이에 이용해 버렸다. 민주당이 잘못된 내용임을 알고 동영상을 내렸다. 선의를 악의로 받아친 것이다. 이준석이 아마추어란 이유인 것이다. 그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국민의힘 이름으로 요청을 하지 말던가, 요청을 했으면 그 부분 만큼은 민주당을 존중하며 넘어가던가, 당의 이름으로 요청하고 그것을 역공에 이용하며 상처를 입히려 한다. 

 

원래 이준석의 토론방식이 이렇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 상대의 사고나 논리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이 없다. 오로지 상대를 상처입히겠다는 기술적인 목적만이 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한 번 상대의 선의를 이용하고 나면 다시 상대의 선의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같은 호인이면 몰라도 송영길은 그런 호인과 한참 거리가 먼 인물이다. 김용민이 사실을 적시하며 반격에 나선 것도 그런 의중이 크게 담겨 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김남국이 이준석 저격에 나선 것도 그런 당내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저 새끼는 봐줄 필요가 없다. 다만 당차원에서 나서기 곤란하니 이대로 조져 버리자.

 

김용민 최고위원이 사실을 적시하며 반격에 나선 이유도 이준석의 국민의힘에 더이상 선의따위 없다는 선언인 것이다. 그동안 당 대 당으로 지켜지던 최소한의 선마저 무시하고 부정한 이상 민주당도 더이상 그것을 지켜 줄 필요가 없게 되어 버렸다. 현실정치의 치열함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마추어의 치기라고나 할까. 지금 국민의힘에서도 중진 가운데 곤란해 하는 인간이 제법 될 것이다. 민주당이 양보해주지 않으면 벌써 곤란한 일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왜 동영상을 내려주었는가 탓할 필요가 없다. 단지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물밑에서 서로 그런 요청들이 무수히 오갔을 것이다. 김성태처럼 아예 대놓고 좀 사정을 봐달라는 경우도 있었을 테지만, 그보다는 물밑에서 서로 거래를 통해 많은 것들을 주고받으며 공존해 왔을 것이었다. 그것을 신임 대표가 일시에 부정해 버린 것이다. 그 후폭풍은 어디에까지 미치게 될까. 병신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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