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의심이 들었다. 과연 JTBC와 한겨레가 박근혜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폭로한 것이 반드시 진실을 밝히거나 정의를 실현하려는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에서 그리한 것이었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이들 언론들이 보도하는 행태를 보면서 갈수록 그 의심은 커져만 갔고 지금에 와서는 확신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딱 JTBC와 한겨레가 보도를 쏟아내던 시점이, 심지어 조선일보마저 박근혜 정권을 공격하는 기사를 쏟아내던 그 즈음이 반기문이 UN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서 출마하려던 무렵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국정농단 의혹이 하나둘 밝혀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에서도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탈당해서 바른정당까지 만들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섰던 것이 박근혜 정권 당시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손꼽혔던 김무성과 유승민이었었다. 역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철저히 버려졌던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든 바른정당은 사실상 반기문을 차기 대선후보로 추대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었었다. 그래서 반기문이 대선출마를 포기하자 바로 오히려 소수만 남기고 대부분이 다시 원래 새누리당이던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던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이 탈당하고 바른정당까지 만들었던 것은 반기문이 돌아와서 출마하면 가능성은 충분하겠다는 계산이 섰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주체들은 어땠을까? 2017년 한겨레의 무비판적인 반기문 띄우기 보도가 문제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참여정부 당시 김근태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던 이유 가운게 가장 컸던 것이 다름아닌 자기도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데 대놓고 정동영을 미는 듯한 모습에 배신감을 느낀 것이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이후 민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을 때도 정동영이 노무현을 등에 업었다면 김근태는 사실상 동등한 위치에서 노무현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자기가 도운 과실을 모두 정동영에게 몰아주고 있으니 불만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로 있던 시절까지도 김근태를 따르던 운동권 출신들은 철저히 친노 친문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정치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 마냥 욕할 수만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역시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언급되었던 김무성과 유승민 입장에서 자신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배제한 채 오세훈 따위를 차기로 염두에 두는 박근혜의 행보를 어떻게 여겼었겠는가.

 

2016년 총선을 기점으로 박근혜가 자신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소수만을 일방적으로 선별하여 밀어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진영에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친박을 넘어 진박이네 뭐네 구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 그 무렵이었었다. 그러면 당시 박근혜로부터 선택당하지 못하고 배제되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박근혜가 정권을 잡고 차기 정권까지 선출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 어떻게 여겨졌겠는가 하는 것이다. 자칫 박근혜가 정권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반기문이 UN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박근혜의 후계로 선택된다면 자신의 앞날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후보로 박기문 이상의 대안이 없다 가정했을 때 반기문을 박근혜로부터 떼어낼 최선의 대안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박근혜를 대통령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비밀스럽게 다루어졌을 최순실의 태블릿PC가 공교롭게도 하필 그 시점에 우연찮게 JTBC로 전달된 배경 역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박근혜를 공격하던 언론들이 지금에 와서 한결같이 당시 정대협이던 정의연을 공격하며 위안부협상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는 이유도 역시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시는 그래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죽하면 한겨레 기자 스스로 그리 토로하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이명박근혜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처음부터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당시에는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폭로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차기 대통령에 문재인이 당선될 것을 알았다면 한겨레나 JTBC나 판단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조차 재평가할 수 있는 그들이라면.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을 다시 평가하자고 보수언론이 만든 판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는 지금의 그들이라면.

 

지난 대선에서도 그래서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어서는 안된다는 한 가지 목적에 대해서만큼은 서로 입장을 같이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홍준표를 지지하고, 누군가는 안철수를 지지했지만, 결국 목적은 같았다.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어서는 안된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칭 진보언론들에서 그 지지자들을 모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겠는가 말이다.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부터 다수 진보언론 기자들이 공공연히 혹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철수를 위해 눈물을 흘렸던 하어영이 KBS의 검언유착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보를 터뜨렸던 정황도 그렇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지금 윤미향 의원과 관련한 논란도 그 연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자들이 언론에 나와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지금 청와대와 민주당은 그야말로 범죄의 온상이고 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과 관련한 모든 의혹들은 그 자체로 사실로 간주된다. 오죽하면 코링크PE에 대해 익성의 실소유주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도한 한겨레가 지금까지도 정경심 혹은 조범동의 실소유주 가능성을 검찰로부터 받아 충실히 보도하고 있겠는가. 그러니까 민주당의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정의연도 잘못되었고, 정대협도 잘못되었고, 위안부 운동도 잘못되었다. 위안부운동이 출발부터 과정과 결과까지 모두 잘못되었다는 이용수씨의 주장을 전혀 아무 검증도 비판도 없이 고스란히 전하는 이유다.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한겨레의 민주당에 대한 태도가 지금과는 조금은 달랐었을까?

 

이명박 정권에서 정치적인 의도로 야권의 유력인사를 몰아갔던 한명숙 전총리의 뇌물사건에 대해서도 오로지 검찰의 편만을 들고, 검찰이 현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유시민과 노무현 재단을 목표로 진행하던 채널A와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오로지 언론의 자유만을 부르짖고, 그리고 정의연의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아니 취재하려면 얼마든지 취재할 수도 있는 입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위안부협상과 이전 보수정부의 위안부정책을 재평가하려는 의도에 지금도 충실히 놀아나고 있는 중이다. 의도가 없다면 한겨레 기자것들이 모두 뇌가 없는 병신들이란 뜻이다. 나름대로 좋은 대학도 나와서 기자씩이나 된 인간들이 아무 의도없이 그렇게 철저하게 보수정권과 언론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놀아날 리 있겠는가.

 

그동안 JTBC에 속아왔었다는 것이다. 한겨레야 참여정부 이후 더이상 속지 않겠다며 아예 보지 않은 지 오래다. 한겨레 기사는 누군가 가져와서 링크하면 거의 보는 수준이다. 가끔 한겨레 유튜브채널에 올라온 것들을 보면 역시 내 판단이 그렇게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만 가지게 된다. 과연 2016년 12월 반기문이 UN사무총장에서 퇴임하지 않았고, 더구나 유력대선후보도 아니었다면 당시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을까? 아니 결국 그로 인해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알았다면 언론은 그 사실을 당연하게 보도하려 했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은 박근혜의 잘못이란 것이다. 주변을 잘못 관리했다. 그래도 민주화운동의 거목인 김근태를 홀대하고 정동영에게 배신당한 끝에 아무것도 못하고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았던 노무현 전대통령처럼 박근혜 역시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가를 치렀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나마 박근혜를 공격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언론으로서 한겨레와 JTBC가 선택되었던 것이고. 그리고 한겨레와 JTBC 역시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박근혜를 공격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다. 박근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까지는 했겠지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것이란 예상까지는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후회하는 마음에 다시 보수진영에서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함께 칼춤을 춘다.

 

특히 진보언론의 노무현 전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보면 증오 이외에 표현할 적절한 다른 단어를 찾기 힘들다. 오히려 보수언론보다도 더 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듯 느껴진다. 차라리 박근혜가 낫다. 차라리 이명박이 더 낫다. 그래서 차마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피해가 돌아갈 과거의 일들에 대해 보수언론과 입을 맞추거나 최소한 그럴 수 없으면 침묵을 선택한다. 검찰과 유착했다기보다는 그냥 문재인 정부가 싫었던 것은 아닐까. 한명숙 전총리가 참여정부의 총리였었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은 할수록 더 깊어진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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