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사태가 내게 남긴 최고의 성과는 무엇보다 JTBC와 뉴스룸을 끊게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심지어 술마시다가도 저녁 8시만 되면 JTBC 뉴스룸을 보는 것이 일과가 되어 있었다. 이미 전부터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을 통해 손석희에 대한 신뢰를 쌓아 왔었기에 JTBC에 가서도 오히려 JTBC를 참언론으로 바꾸는 듯한 모습에 기대가 더욱 커진 탓도 있었다. 가끔 뭔가 아니다 싶은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대한 보도까지 더해지며 뉴스를 만들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그러다 결정적인 계기를 맞이한 게 바로 조국사태였었다.

 

그냥 한 눈에 봐도 이상했다. 취재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의혹이라며 제기하는 결론이 있다. 그런데 중간이 없다. A라는 사실과 C라는 결론에 이르기 위한 추가적인 B라고 하는 중간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그 빈 부분을 채우고 있던 것이 바로 '라면'이었다. 아마 작년 조국사태 당시부터 여기 드나든 사람은 기억할지 모르겠다. 조국이 그러면 안된다며 그래도 대통령 믿어보겠다던 내가 어느 순간 폭주하며 손석희와 뉴스룸을 욕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니까 조국 전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에 가입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연결하면 불법적인 상속과 증여, 심지어 정치자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가. 아무리 지켜봐도 없었다. 어떤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그저 '라면', '라면', '라면'. 라면 세 개면 세계도 정복할 수 있다.

 

그래도 손석희라면 믿었었다. 손석희가 보도를 통괄하고 있는 JTBC 뉴스룸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여겼었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MBC 뉴스데스크를 매일 챙겨보기 전까지 덕분에 무려 반 년 넘게 TV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었다. 지금 와서 손석희가 어디 가서 사고로 죽는다 해도 아쉬울 것이 있을 것인가. 김웅과 관련한 재판 역시 여기에 뭔가 엮인 게 있으니 저런 훤히 보이는 보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냈구나. 사실관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취재가 아니라 취재한 사실을 결론으로 연결하는 논리적 고리의 허술함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손석희처럼 똑똑한 사람이 모르고 내보냈을까? 알면서도 내보낸 것일까?

 

더불어 JTBC 말고도 경향과 한겨레의 민낯을 낱낱이 내보인 것도 하나의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떠들어도 믿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었다. 경향과 한겨레, 나아가 자칭 진보의 목적은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치욕을 가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전대통령 그렇게 떠나고 경향과 한겨레 편집국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더라니까. 그래도 설마 그랬을까 싶었는데 노무현 전대통령의 일이 있고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한명숙 전총리를 검찰과 언론이 짜고서 그렇게 몰아갔더란 것이다. 최소한의 반성이란 것이 있었다면 그렇게 의심없이 검찰이 불러주는대로 받아쓰고 지금에 와서까지 오로지 자기들 잘했다며 변명에만 급급할까?

 

김완 기레기놈이 코링크PE 익성 실소유주 가능성을 제기하고서도 하어영의 기사를 계기로 태도를 전환한 부분도 흥미로웠었다. 하어영이 KBS의 검언유착을 가리려 윤석열과 김학의를 연결시키는 보도를 크게 터뜨리고 바로 그날 김완은 유시민을 악의적이라며 비난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겨레로부터는 조범동에 대한 판결이 나온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익성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경향일보야 이제는 그냥 조중동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약소언론이니 문화세계국민 아래 경향으로 하나 더 붙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경향일보에 기고하던 자칭 진보들 역시 그를 계기로 자신들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는 참여정부 이래 그들의 영혼에 새겨진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역시 사실로 확인하니 재미있다.

 

KBS를 정상화하겠다던 놈들의 민낯을 확인한 것도 또 하나 성과다. 이번에 한동훈과 이동재 사이의 녹취록에 대해 크게 오보를 터뜨리며 권언유착의 단초를 제공한 정연욱이 바로 KBS를 정상화하겠다며 소송까지 불사했던 인물이다. 김경록PB의 인터뷰를 왜곡하며 조국 전장관을 몰아간 사회부의 성창호나 법조팀의 김귀수 역시 KBS 파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었다. 바로 정연욱의 오보를 근거로 수사심의위가 수사중단을 권고하자 9시 뉴스에서는 왜 계속 수사하느냐고 비판하는 제목까지 달았던 바 있었다. 공영노조만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공영노조가 보수정당과 닿아 있다면 나머지 KBS 구성원들은 검찰의 똥닦개나 다름없다. 김경록PB의 인터뷰왜곡이 알려지고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서 검언유착을 변호하며 떠들어대던 소리들 찾아 들어보면 어이가 없을 것이다. 하도 욕을 들어먹으니 나중에 말을 바꾸기는 했는데 몸에 본능으로 새겨진 본성을 어쩔 수는 없는 것이다. KBS는 해체 말고는 답이 없다는 증거인 셈이다. KBS에 더이상 기대할 것이 남아있을 것인가.

 

그나마 나름대로 언론으로서 중도를 지키려는 언론이 MBC 하나 남았는데 워낙 다른 언론들이 이 꼬라지라 MBC 혼자만 친정부 언론이라며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이 취재에도 응하지 않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다른 언론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 MBC만 친정부적인 어용언론이다. KBS는 당연히 아니라고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오보를 불사하며 정부를 공격하는데 언론으로서의 명운까지 걸고 있는 중이다. 결국은 조국 전장관이 워낙 잘 버텨준 덕분에 드러난 사실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 가운데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언론은 과연 어디인가.

 

윤석열과 한동훈에게는 광속으로 저러다 죽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조국 전장관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보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는 척 입을 닦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한동훈에게는 며칠만에 바로 사과했는데 어째서 김경록PB에게는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 것일까? 그러고도 참언론인을 추구하는 양 유튜브에서 가식을 떠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역겨운가. 조국사태의 결론이다. 좋은 기자는 죽은 기자 뿐이다.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기자로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언론에 기대는 없다. 더러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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