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군사독재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의 목표는 하나였다. 군사독재타도와 민주주의 쟁취. 그러나 정작 6월 항쟁으로 제한적이나마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어제까지 동지이던 민주화진영은 분열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서로 성향도 지향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87년 대선의 승리로 군사독제세력은 기사회생했고 3당합당으로 여전히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도 주류로 남게 되었다. 형식만 바뀌었을 뿐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정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를 견제할 야당이 필요했고 서로 달랐던 그들은 다시 뭉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이합집산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노무현이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민주화진영은 일부 소수 진보정당을 제외하고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사실상 민주당의 시작은 이때부터라 봐야 한다.


민주당의 목표는 하나였다. 군사독재정권의 후신이며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주의적인 정책을 강요하는 거대보수정당에 맞서서 진정한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를 이룬다. 다만 방식은 서로 다르다. 말했듯 이념도 지향도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권위주의적인 보수정당에 함께 손잡고 대항한다는 공동의 목표는 같다. 그래서 민주당이라는 이름 아래 오만 정파와 계파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심지어 제도권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유시민을 비롯한 개혁정당마저 열린우리당으로 합류하며 민주당의 한 흐름을 이루게 되었다.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음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 민주당 지지자가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 있는가. 아니 인물만 보고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민주당의 이름을 팔아서는 안된다. 당원의 이름으로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서는 안된다.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를 위해 모였고 연대했으며 투쟁해 왔다. 하지만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를 공천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후보에 투표한다. 투표해야만 한다며 강요한다. 진정한 민주당 지지자고 문재인 지지자라면 자유한국당 후보에 투표해서 당선시켜야 한다. 바로 새누리당에 의한 국정농단이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것이 불과 한두해 전이었는데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보다 더 우선하는 것이 있다.


도대체 이재명이 자유한국당보다 뭘 그렇게 잘못했는가.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그리 패악을 저지르는 동안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하며, 심지어 다시 당적을 회복한 인사보다 더 못한 것이 무엇인가. 이명박근혜와 자유한국당의 부정과 비리, 국정농단이라는 온갖 적폐에 비해서 그동안 이재명이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심지어 이명박과도 비교되어야 하는 것인가. 


결국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저들은 생각보다 자유한국당을 싫어하고 있지 않다. 미워하고 있지 않다. 저들이 진정 미워하는 것은 민주당이다. 문재인 하나를 제외한 민주당 전체를 미워한다. 차라리 자기가 싫어하는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보다 자유한국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 더 민주당과 문재인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할 정도로. 그러면 저들은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는 지지자일까.


그동안 민주당을 비판하는 기준은 하나였다. 얼마나 잘 거대보수정당과 맞서서 견제하며 투쟁하고 있는가. 얼마나 거대보수정당의 독주를 저지하며 최소한의 합의된 선을 지키고 있었는가. 당권파들이 욕먹은 이유도 그것이었다. 정작 당내에서는 당권을 잡기 위해 온갖 짓들을 저지르면서 정작 거대보수정당과의 싸움에서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과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그 앞잡이가 되어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같은 지지자마저 매도하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모습인 것이다.


설마 저들이 그래도 노무현을 지지했던 그들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중에 유입된 무리들일 것이다. 노무현을 지지했다면 절대 저럴 수 없다. 아무리 내부의 총질이 밉다고 그 총질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바로 앞에서 대포를 쏘고 미사일을 쏘던 거대보수정당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도 그들이었다. 이명박보다 정동영이나 김한길에게 더 큰 책임이 있었다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진보언론이든 내부총질러든 비판하는 기준 역시 한 가지다. 일단 거대보수정당은 배제한 다음에. 진짜 나쁜 놈들은 그놈들이기에 일단 그들은 나쁜 놈들로 한 쪽에 치워놓고 나머지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과연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그리고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거대보수정당이 아니었다면 저들이 내부총질한다고 아프긴 해도 죽을 정도이기는 했었을까?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라 주장하고 있다. 바로 그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에 후보로 나선 것이 남경필이었다. 문재인과 연정한다 하니 그 사실마저 깡그리 잊은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었다. 그 의미를 모른다면 말을 섞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뇌를 어디 저당잡힌 것일 테니. 원래는 지난 수 년 간 자유한국당이 저질러 온 국정농단을 심판하는 선거여야 했을 텐데 바로 다른 사람도 아닌 문빠들에 의해 이재명 심판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재명 심판을 넘어 이재명을 공천한 민주당을 우선해서 심판해야 한다. 진심으로 지난 수 년 간의 국정농단에 대해서조차 저들은 진심으로 분노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을 죽이기 위해 자유한국당을 살려야 한다.


그냥 차라리 자유한국당 지지자라 치부하는 편이 속은 편할 것이다. 민주당도 더이상 거대보수정당을 견제하기 위한 이질적인 공존을 포기할 때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유한국당과의 싸움보다 내부에서의 싸움이 중요하다. 친문과 문빠를 제외한 나머지를 민주당에서 몰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새끼들이 감히 촛불을 들먹이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 떠들어대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로서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는 말이 그동안 온갖 추문과 부정과 적폐에도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말한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과 같다. 그러니까 세상이 바뀐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같다 여기는 지지자가 민주당 안에서 생겨났다. 차라리 민주당따위 지지하지 않는다 선언하던가. 나는 그랬었다.


그래서 차라리 경남에서 지기를 바라보게도 된다. 경남과 경기에서 모두 지기를 바라 본다. 재미있어질 것이다. 친노의 적자인 김경수가 선거에서 져서 상처를 입고 경남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다름아닌 문빠들에 의해 경기마저 잃었다. 대숙청의 바람이 불지도 모르겠다. 친문은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칭 극성친문들은 오히려 민주당에 해가 된다.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도 해가 된다.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저놈 새끼들 죄다 몰아내기 위해서라도 그냥 선거에서 져 버리자. 물론 말 뿐이다. 저들과 내가 다른 이유다. 그럼에도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도 결국 연이은 선거의 패배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선거에서 지면 리더십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가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 문재인을 지지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욕하며 자유한국당 후보를 찬양한다. 문재인과 김경수를 제외한 민주당의 모든 정치인보다 우월하다. 민주당은 심판받아야 한다. 사람은 달라져도 하여튼 저 새끼들은 발전이 없다. 토할 것 같다.



덧, 그래도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과거 노빠들이 뻑하면 내뱉던 '그렇다고 한나라당 찍을 것이냐?'는 말을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자유한국당 찍었으면서. 찍으라 독려하고 선동하면서. 확실히 세상이 바뀌었다. 웃기는 새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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