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이 넘어간다. 운동하던 도중 척추쪽에 걸리는 게 있어서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밀리터리 프레스를 하는데 힘이 척추를 따라 내려가다가 어느 한 곳에서 뭉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당연히 자세가 불안해지고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척추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형외과 찾아갔더니 엑스레이 찍어보고는 대뜸 실손보험 있느냐 물어보더라. 없다고 했더니 그냥 수영이나 하란다. 물리치료 받아야 하는데 보험적용이 안되어서 실손보험 없이는 감당이 안 될 거라고. 이 상태로 운동 계속하다가는 영영 누워서 지내야 할 지도 모른다며 협박도 곁들였다. 아, 씨발 망한 건가?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카이로프랙틱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을 한의학에서 받아들인 것이 추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그 무렵 추나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이거다!

 

건강보험 적용되니 한 번 추나 받는데 고작 2만 원 미만.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번 추나받았는데 그래도 한 달 내내 해봐야 20만원이 채 안 되었다. 건강보험 아니었다면 아마 실손보험 있었어도 그렇게 1년 내내 보장받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1년 되기 전에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만 그냥 약간 틀어진 것 바로잡으러 다니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치료할 방법도 없고 운동하다가 영영 누워 지낼 수 있으니 수영이나 하라던 그 의사는 뭐였을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정형외과에서 하는 도수치료도 원래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시키려 했었다 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보장강화가 필요하다 여겨 그리 결정한 것이라고. 문재인케어 만세! 그런데 정형외과에서 반대했단다. 의사협회는 물리치료사가 독자적으로 개업하는 것까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물리치료사가 하는 도수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인데, 대부분 정형외과들이 이들 물리치료사를 고용해서 비급여로 상당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리치료사가 정형외과 의사 없이 독자적으로 개업해서도 안되고, 당연히 현금을 벌어다주는 도수치료가 급여화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한의학이라면 죽도록 싫어하는 내가 한의원에서 추나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추나를 받는다기보다 한국화된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만일 당시 물리치료사의 도수치료 역시 급여항목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그래서 실손보험 없이도 건강보험만으로 얼마든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솔직히 한의원의 추나는 내가 찾아간 의사가 돌팔이라서인지 몰라도 그리 믿을 게 못된다. 어떻게 뼈를 정상으로 맞추는 것은 잘하는데 그 이상이 안 된다. 카이로프랙틱이 원래 그런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뼈를 제외한 근육을 늘려주고 강화하는 모든 동작과 운동들은 내가 독학으로 다 배워 시행해야 했었다. 역시 척추측만 이외에도 거북목이나 골반후방경사도 그래서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니까 왜 그 의사는 나에게 수영이나 하라 말했던 것인가.

 

의사들이 뭐라 해도 내 귀에 들리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내가 직접 겪었으니까. 지금 내 몸 상태가 그 증거일 테니까. 20대 직원들보다도 허리가 더 튼튼했었다. 어깨가 너무 넓어져 입던 옷도 죄다 버려야 했었고. 얼마전에는 머리가 깨져 스태플러로 찝고 왔었지. 환자를 생각한다는 말은 원래부터 믿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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