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닭이나 타조와 같은 새들은 원래 날개가 있어 하늘을 날 수 있었는데 지상에서 오래 생활하는 사이 날개가 퇴화되어 날 수 없게 되었다 그리 배웠었던 것 같다. 원래 날개가 있는 모든 새들은 하늘을 날 수 있었지만 그러나 몇몇 종류의 새들은 하늘이 아닌 땅에서 생활하느라 땅위에서의 생활에 알맞게 진화하느라 날개가 그 역할을 잃은 것이다. 한 마디로 닭이든 타조든 결국 날지 못하는 새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로 - 그래봐야 최초의 가설이 나오고 거의 십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 원래 새들 가운데는 하늘을 나는 새가 있었고 땅위를 달리는 새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 공룡은 멸종한 것이 아니었다. 공룡 가운데 조반류 일부는 살아남아 지금 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었다. 당연히 공룡 가운데 다수는 깃털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공룡 가운데서 앞발 사이에 피막이 생기며 하늘을 날 수 있던 익룡의 종류도 나타나게 되었다. 원래는 땅에서 생활하며 깃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그 가운데 하늘을 날게 된 공룡이 있어 새는 하늘을 날게 된 것이었다.


퇴화가 아니었다. 당연히 날기 위해 깃털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화석으로 남은 공룡 가운데 일부는 실제 타조처럼 생겼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보면 육상생활을 하는 조류 가운데 타조는 물론 도도새 등 상당히 체격이 큰 종들이 적지 않았던 점도 공룡과의 관계를 입증해주는 듯하다. 과거에는 그보다 더 컸지만 변화된 환경으로 인해 조금씩 거대조류는 사라지고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조류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체구의 차이로 인해 오해하게 되었을 뿐 그마저도 오랜 진화의 결과였다.


아무튼 유전적으로 공룡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티라노사우루스와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한 것이 닭이라 하는데, 문득 이해가 되었다. 수탉놈들 얼마나 성질이 사나운가. 그 성질머리에 덩치까지 컸다고 생각해 보라. 날지도 못하면서 동남아의 정글에서 무수한 포식자 사이에서 인간에 의해 사육되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알을 많이 낳았던 것도 있지만 다 큰 수탉의 경우 암컷과 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울 수 있는 용맹함이 있었다. 그 용맹함은 어쩌면 먼 조상인 티라노사우루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지금도 호전적이고 도발적인 성격을 두고 수탉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진화에 있어 퇴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새가 날개를 가지고 날 수 있거나, 혹은 날개가 있는데도 날 수 없거나. 진화란 현상이다. 법칙이나 진리가 아니다. 하나의 정답이 없다. 무수한 오답 가운데 살아남은 답들이 정답이 되는 것이다. 먼 과거에는 날개없이 땅위를 지배하던 거대한 육상조류가 있었고, 지금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들이 생존에 더 적합하다. 착각하는 것이다. 진화란 진보다. 그런 것은 없다. 진화에 의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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