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낙연이 김대중 따라다니며 정치를 배웠다. 김한길도 그렇게 김대중에게 안 좋은 것만 배운 인간이다. 김대중이 영국에서 돌아와서 민주당 깨버릴 때 얼마나 야비하고 비열하고 치사하고 악독했는지 기억하는 사람 있을 것이다. 그나마 김대중에게는 원대한 이상과 목표라도 있었지 그런 것도 없이 기술만 배운 것이다. 동교동계도 같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채이배의 저 발언이 원래는 누구의 것이었는지. 모르긴 몰라도 민주당 내에서 꽤나 비중있고 이미지도 괜찮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 입에서 나와야 파괴력도 있다. 채이배가 그랬다면 먼저 걔 누구냐는 말부터 나오게 된다. 국민의당 출신이라고? 안철수 따라다녔어? 전에는 진보신당? 그래서 뭔데? 하다못해 원외에 있는 누구라도 지명도 있는, 아니면 의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파급력이 다르다. 그런데 뭔가? 채이배 누구?

 

한 마디로 모든 것이 꼬여 버린 것이다. 아마 이낙연이 그린 그림은 대충 이러했을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했다. 정권이 교체되었다. 대선패배의 책임과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로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고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급락할 것이다. 더구나 깜깜이기간 이전 언론에서 다투어 보도한 여론조사대로라면 큰 차이로 패배하게 될 것이기에 더욱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을 지지한 당원과 지지자와 국회의원들을 모두 싸잡아 정리하고 이낙연이 재등장할 명분까지 확보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대선부터 넘겨주고 그 다음을 노려보자. 채이배의 발언은 그 과정에서 준비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대선에서 지고 나서 내가 바로 떠올린 생각도 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꼴저꼴 다 보기 싫다고 아예 포턴도 안 들어가고 무협소설만 허리가 뿌러져라 읽어댔던 것이었다. 그동안 그래왔었으니까. 선거에서 지기만 하면 거의 연례행사였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다. 모든 것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일단 첫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올랐다. 당원가입도 전보다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지지율도 오르고 당원도 늘어나고 장난을 치기에는 지지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이재명의 입지도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지고 있다. 이래서야 이재명 쳐냈다가는 반동으로 당의 지지율이 날아갈 판이다. 당권을 잡는 건 좋은데 그랬다가 아예 금배지며 지자체장까지 모두 날아갈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계획대로 진행해야 하겠는가.

 

아마 저들의 계획에는 채이배를 정면에서 비판하고 나서는 17명의 국회의원은 아예 들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적으로 저항하기에는 이미 정부와 당의 지지율도 바닥이고 언론에 의해 여론의 비난도 거셀 터였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저항하면 적폐란 이름으로 비판여론에 제물로 내주기에 딱 좋은 것이다. 그렇게 2007년 당시 친노들은 폐족이 되어 정치일선에서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윤건영과 고민정, 심지어 윤영찬까지 나서서 채이배를 저격할 수 있었던 것인가. 지지자가 있으니까. 자신들의 목줄을 쥔 지지자들이 그들의 뒤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박용진이 그런다. 권리당원의 지분을 줄여야 한다고. 그만큼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말이 계파고 보스지 친박이 비박으로 돌변하는데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친노가 노무현 욕하고 돌아다니는데 걸린 시간도 딱 그 정도였다. 정동영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대부분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김한길에게로 모였었다. 중요한 건 내 배지고 내 자리지 보스와의 의리따위가 아니란 것이다. 나에게 공천도 주고 당선도 시켜주니 따르는 것이지 아무것도 없는데 충성을 바칠 모지리는 아예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조차 없다.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공천을 주고 당선도 시켜 줄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놓았다. 당원과 지지자가 늬들 목줄을 쥐고 있다.

 

전보다 더 늘어났다. 전보다 더 극성맞기까지 하다. 그런 지지자를 상대로 과연 누가 총대를 매고 돌맞을 짓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을 것이다. 이수진과 정청래의 말에는 그런 진실들이 절반씩 들어있을 것이다. 여전히 이낙연과 함께 민주당을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어 하는 이들과, 새롭게 등장한 지지자들의 위세에 차라리 그들의 편에서 다시 한 번 배지를 달고 싶은 이들로. 그래서 차라리 윤호중을 앞세울 뿐 그쪽 인간들이 아직 전면에 나서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내대표도 밀실에서 한다 그러지? 윤호중은 그냥 버티는 중이다. 누가 나서도 욕먹고 자칫 상처만 입고 만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나마 가진 것도 잃기 쉽다.

 

그래서 여성 지지자들이 고마운 것이다. 덕분에 이재명도 살게 되었다. 박근혜가 통진당은 쳤어도 문재인은 치지 못한 이유인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49%의 유권자로부터 지지받은 정치인을 치기에는 후폭풍이 두렵다. 노무현의 죽음이 가져온 반동을 저들은 뼛속 깊이 기억한다. 0.7%의 차이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를 중심으로 유권자가 단단히 결집해 있는 상태다. 중도층 유권자들의 눈도 매섭다. 만에 하나라도 혹시라도 정치보복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면 당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된다. 내가 차라리 이재명을 던져주고 지방선거 가져오자 생각했던 이유였다. 지금 수준이면 이재명을 건드리는 건 오히려 저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원래는 리스크가 있으니까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에서 대신 처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건 먼저 손을 대는 놈이 골로 가는 지옥의 레이스가 되어 버렸다. 누가 먼저 손을 댈 것인가? 그런 점에서 윤석열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만일 여기서도 살아남는다면 이재명으로 인해 윤석열은 임기 내내 대통령 노릇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누구 때문이다?

 

윤석열이 헛짓을 더 하기 전에 끝내야만 했다. 그래서 서두른 것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의 헛짓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오히려 이재명을 중심으로 지지자들만 더 결집해 있는 상황이다. 버티기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민병덕 찾아가려는 것이다. 좀 멀기는 한데 그래도 가서 한 마디 해 주고 와야겠다. 직원에게라도. 전화보다 아무래도 직접 찾아가는 게 나을 것이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게 어떻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여성주의는 정의다. 진리다. 진실이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여성만이 민주당을 살게 한다. 이미 살려 놓았다. 마지막 싸움이다. 저들로부터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 나아가 윤석열 정부로부터 나와 주위의 삶을 지키기 위한.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똥파리부터 쳐야 한다. 일단 기는 꺾어 놓았다. 마치 꿈꾸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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