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빈센조'가 인기다. 무고한 사람을 그리도 많이 죽인 흉악한 마피아인데 어느샌가 약자의 구원자가 되어 추종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새롭고 신기한 일일까?

 

어떻게 변명해도 홍길동은 도적놈이다. 임꺽정은 살인자다. 로빈후드는 범법자다. 수호전의 주인공 송강이나 이규, 장청등은 거의 살인자에 사람을 죽여 고기를 먹고 만두를 빚어 팔던 흉악한 범죄자들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민중들은 그런 도적놈, 살인범, 범죄자들을 영웅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가난한 달동네에 살다 보면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개인에게 양심의 가치란 딱 자기가 가진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는 것을. 가진 것이 많으면 그만큼 많은 것을 도덕과 윤리 같은 규범에 양보할 수 있지만 가진 것이 없으면 고작 몇 천 원에도 체면이고 염치고 수치심이고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달려들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데 사람을 얼마나 죽였으면 그게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것인가.

 

기존의 법과 제도가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기에, 기존의 권력과 구조와 규범이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했기에, 그래서 그런 기존의 질서로부터 벗어난 다른 존재에게 기대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내가 빼앗긴 것들을 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빼앗아간 놈들을 곤란케라도 만들어 달라. 그래서 도둑놈 아르센 뤼팽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던가.

 

과연 대중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법과 제도와 규범과 질서를 너무나 잘 지키느라 악인을 앞에 두고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선량한 주인공인가? 아니면 그런 것 다 무시하고 악을 응징하고 약자를 구원할 수 있는 악당일 것인가? 그런 것을 두고 흔히 의적이라 부른다.

 

어째서 대중은 이재명을 희구하는가? 민주당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대선후보 이재명의 지지율은 건재한 이유가 무엇인가? 악당이거든. 이놈은 분명 악당이다. 모두가 느낀다. 나 역시 느낀다. 그래서 싫었다. 그래서 차라리 이낙연을 지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이것저것 다 따지고 지키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선인이 아닌 그런 것 다 무시하고 무어라도 실제 할 수 있는 악당이라는 것을.

 

선과 정의의 차이다. 정의롭다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욕을 먹는다는 뜻이다. 악인일수록 욕하게 된다. 파렴치하고 추악한 인간일수록 더욱 정의로운 이들을 비난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 죄인이 되어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예수가 그렇게 십자가에 매달렸다. 확실히 성경에 보이는 예수는 그저 선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역사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다 오명을 뒤집어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민중은 자신들의 영웅으로 기억했다.

 

누구로부터 칭찬을 들을 것인가? 누구로부터 비난을 들을 것인가? 그를 위해 어디까지 무엇까지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는가. 같은 시기 방영한 드라마 '괴물'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은 진정 정의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는가.

 

착한 사람은 절대 정의로울 수 없다. 착하기만 해서는 절대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라. 그 전에 대부분 힘없는 사람들은 때리려는 기세만으로도 목숨을 잃기 십상인 것이다. 오른쪽 뺨을 맞고서도 왼쪽 뺨을 내밀 힘이 있으면 그것부터 이미 약자가 아니라는 증거인 것이다.

 

누구에게 칭찬을 들으려 하는 것인가? 누구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것인가?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듣는 사람은 절대 선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언론이 좋게 써주는 정치인만을 꿈꾸는 것인가.

 

민주당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지지자들 없이는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것들이다. 되도 않게 착각을 한다. 대통령이 아니어도 자기가 민주당을 차지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

 

지난 시절 동안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중앙정치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던 때문이다. 고작해야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 것이란 이유다. 아무리 이낙연이라도 지금의 민주당을 온전히 장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조국이 문제인가? 윤미향의 책임인가? 박원순의 잘못인가? 그보다는 무능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떤 결과도 보여주지 못했다. 마피아라도 상관없다. 사람을 얼마를 죽였어도 그는 자신들의 영웅이다. 오세훈과 박형준이 그런 예이지 않은가. 자칭 진보들마저 용산참사에 대한 그 참담한 발언을 인내하며 넘어갔다.

 

착각하면 안된다. 오해해서는 더욱 안된다. 4월 20일을 기다린다. 다시 민주당 당적을 회복하려 한다. 절대 이번에는 저놈들 마음대로 되도록 참고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탈당은 안된다. 누가 당의 주인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것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것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온실의 화초들이란 것이다. 진정 2030이 민주당의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차라리 정의당으로 넘어가 버렸으면. 혐오스럴 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