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세월 민주당은 오로지 국민의힘의 대항마로서만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뭘 하겠다는 건지 몰랐다. 뭘 하려는지도 몰랐다. 도대체 저것들이 사람새끼이기는 한 지조차 헷갈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보수정당을 막으려면. 보수정당 하려는 것들을 어떻게든 막아내려면. 심지어 민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조차 민주당은 스스로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었다. 열린우리당이 뭘 하려는 정당이었고 결국 무엇을 해냈었는지 기억을 돌이켜 보라. 그보다는 지지자들도 한나라당 막으려니 열린우리당 지지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것 말고 민주당에 무슨 가치가 있었을까.

 

하여튼 이래서 정권부터 잡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개새끼 소새끼 해도 정권을 잡으니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더구나 원내다수당이다. 그래서일까? 보수정당에서 뭘 해보자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뭘 어떻게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하려는 것을 막고 다시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게 저들이 정치하는 이유의 전부다. 윤석열이 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겠는가. 문재인 죽이기 위해서다. 정의당이며 한겨레, 경향, 자칭 진보 지식인들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것 말고는 자칭 진보 역시 다음 정권을 위해 내세울 어떤 아젠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의 민주당을 그렇게까지 싫어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 보라. 이낙연 당대표에서 물러나니 얼마나 많은 개혁법안들이 실제 상정되어 압도적으로 통과되고 있는가. 박병석이 하는 짓거리가 바로 이낙연이 당대표이던 시절 하던 짓거리였다. 책임지기 싫다. 책임질 일을 만들기 싫다. 그래서 지금껏 이낙연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가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책임질만한 어떤 입법행위도 이낙연의 당대표이던 시절에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쩌면 이낙연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대선이 물건너간 것 같으니 이제서야 민주당이 제 기능을 하는 것일지도.

 

어쨌거나 그래서 요즘 꽤 만족스러운 것이다. 별달리 할 말도 없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완전히 이루기를 포기하니 이러쿵저러쿵 떠들 이유가 사라졌다. 그렇게 한 발짝 씩, 어찌되었거나 정권 몇 번 더 잡고 원내를 계속 장악한 채 있으면 더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지 않겠는가. 지금 내 유일한 목표다. 정책 하나하나가 아닌, 법안 하나하나가 아닌, 재집권과 총선에서의 재승리다. 지금 국민의힘 하는 걸 보면 그래서 힘이 난다.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은 책임정당 민주당에 대한 반사효과다. 과거 민주당의 지지율과 성격이 비슷하다. 잘하고 있는 중이다. 이준석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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