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후보였던 문재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권력의지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권력을 가져야겠다는 필연적 동기가 부족하다. 내가 권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권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목적 모두가 권력자로서 많이 부족하다. 워낙 보통 사람이 가지는 욕망이나 감정과 거리가 먼 도덕적으로 초탈한 삶이 역설적이게도 권력자로서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그런 약점을 많이 보완했다는 2015년 이후로도 그 근본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권력이란 여전히 두렵고 더러운 것이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지지자들조차 느끼는 어떤 답답함의 이유일 것이다. 오세훈이나 박형준이 보이는 행보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권력이 주어졌다. 그러므로 그 권력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한다. 그런 결단과 행동에 주저나 망설임은 없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을 원하는 자리에 앉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실현한다. 누군가 그것을 비판하고 방해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억압하고 응징한다. 그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권한 안에서의 결정조차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자를 수 있으면 자르고, 윽박지를 수 있으면 윽박지르고, 거래할 수 있으면 거래한다. 어쩌면 권력자에게 너무나 당연한 그런 행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어렵기만 했다.

 

권력에 대한 일반적인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권력이란 두렵고 더러운 폭력이란 것이고, 또 하나는 권력이란 유용한 수단이며 도구란 것이다. 전자는 대개 도덕적으로 고결한 은자의 삶과 어울린다. 권력을 쥐어주겠다는 말에 오히려 귀를 씻고 더 깊은 곳으로 숨는 이들에게 오히려 권력이란 거추장스러운 무언가에 지나지 않는다. 자칫 그로 인해 자신이 지켜온 것들이 크게 변질되고 타락할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지는 것은 전자가 아닌 후자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혹은 가문이나 당여를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나라와 백성과 천하의 안위를 논하기 위해서. 그를 위해서 그들은 권력을 가져야 하고 그 권력을 유용하게 쓸 수 있어야 했다. 그것은 권력자로서 자격에 가까운 것이었다. 권력자가 권력을 두려워하고 제대로 쓸 줄 모르면 권력은 의미없어지는 것이다.

 

최근 송영길의 행보를 통해서도 더욱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해야 할 때는 한다. 해야만 한다면 한다. 정도를 걸으며 명분 앞에서 망설이거나 하는 경우란 오히려 드물다. 하지만 때로 권도로 돌아가고 패도를 밟아야 할 때는 망설임이 느껴진다. 여전히 권력이란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렵기만 한 것일까. 꺼려지기만 하는 것일까. 그에 비해 소소한 속물 송영길은 거대여당의 대표란 자리를 얼마나 얄밉도록 자신을 위해 잘 활용하고 있는가. 차라리 정치인으로서는 송영길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지 않은가. 그 도덕적인 고결함이나 목적과 동기의 숭고함을 배제했을 때 권력 그 자체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정치인으로서 송영길이 훨씬 윗줄에 있는 듯 보인다.

 

아마 송영길이었다면 윤석열이 저렇게 미쳐 날뛰도록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천시장 시절 보여주었었다. 철저하게 자기 사람들만 챙기느라 시정을 망치고 시민들로부터 원망과 비난을 듣던 모습에서. 그러나 그런 행보조차 당시 송영길은 너무나 당연했고 당당했었다. 마치 지금 오세훈이나 박형준을 보는 것처럼. 그래서 정치인이란 것일까. 그래서 이재명에게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송영길보다도 더 권력이란 수단을 재량껏 사용하면서도 그 동기와 목적까지 분명하다. 이기에 소아와 대아가 있다면 이재명은 대아적 이기주의자일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오로지 자신의 목적이며 자신의 이유다. 그를 위해 얼마든지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이용할 수 있다.

 

수구보수와 수구진보 모두가 이재명의 대통령당선을 저지하고 나서는 이유일 것이다. 노무현과는 다르다. 문재인과도 전혀 다르다. 오히려 이재명은 그동안 보수진영에서 집권해 왔던 권력자들과 닮아 있다. 충실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과 역량을 활용해서 오로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집요함과 악랄함이 있다. 그런 이재명에게 180석 여당까지 배후에 주어진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검찰마저 지금 시점에서는 이재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재명에게 밉보이면 자칫 검찰이란 조직 자체가 날아가 버릴 수 있다.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문재인은 아니었다. 문재인에게 권력이 주어진다고 나에게 위해가 가해질 것이란 두려움 같은 건 느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재명이면 자기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두려워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이재명으로의 권력교체란 이유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연장이지만 문재인 정부와 전혀 다른 정체성의 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그래서 기대가 크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음을 지지자들 스스로 깨닫고 있었으니.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괴물의 방식이 필요하다. 기대하는 이유다. 부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