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은 당시까지 반도체의 시장성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판단했던 때문이었다. 물론 오판이었음이 드러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엘지의 경영진이 배임한 것이 되는가? 그리고 그보다 전에 막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 엘지의 경영진은 역시 아직은 피처폰에도 강점이 있다며 스마트폰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다가 결국 얼마전 스마트폰 자체를 완전 포기하기에 이르렀으니 경영진에게 법적인 책임이라도 물어야 하는 모양이다.

 

IMF 당시 김영삼정부의 경제관료들에게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지 못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확정할 수 없는 미래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인간의 불완전성 아래서 법적인 처벌도 이루어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장동 개발이 그 이상의 이익을 냈으니 더 많은 이익을 성남시가 가져갈 수 있게끔 계약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성남시장이 되려면 먼저 예언부터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대장동을 개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일 것인가. 5천억도 부족하다고 더 내놓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망이 있는 사업일 것인가. 그래서 혹시라도 그만한 이익을 얻는데 실패한다면? 어차피 시가 주도해서 개발을 하기에는 자본도 부족한데 괜한 리스크까지 떠안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것인가?

 

실제의 현실과 게임이 닮은 부분이라면 둘 다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일 것이다. 꿈에서 보았던 로또번호 4자리가 그 주 당첨번호와 같았을 때 내가 느낀 자괴감도 그 비슷했다. 아, 씨발 꿈을 믿고 한 번 질러볼걸. 죽은 고양이 녀석들이 마지막 선물을 해 준 것일지 모르는데. 하지만 꿈을 믿고 로또번호를 찍기에는 나는 너무 리얼리스트였고, 그래서 무기직이 된 지금은 굳이 로또를 사거나 하지 않는다. 하긴 그랬어도 남은 두 자리 번호를 어찌 찍었을지 모르니 다 의미없는 가정인 것이다. 지나고 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당시에는 그러는 것이 너무 당연했다. 어차피 어느 쪽이나 가능성일 뿐이라면 그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데 당위란 없는 것이다.

 

대장동 의혹이라는 것이 그와 같다. 아니 지금 의혹이라는 것을 가만 살펴보면 결국 문재인 정부 욕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대장동개발의 이익까지 급증했다. 원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이 부동산가격의 폭등으로 그렇게까지 큰 이익을 투자자들이 보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싶어 올린 것이 아니니 결국 이 모든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다름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지자체장으로써 이재명 지사가 부동산에 대해 언급한 것만 보더라도 그가 의도적으로 부동산가격을 올리고자 한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의 증가가 의혹의 대상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이번에 유승민이 들고 나왔다는 경기지역화폐 시행사의 이익증가율도 마찬가지다. 이익이 없으면 어차피 민간사업자가 뛰어들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그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민간업자가 얻는 이익 이상의 이익이 공적인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적인 목적으로 도로를 놓고 터널을 뚫고 각종 시설들을 짓는데도 시공사들은 일정한 이익을 얻고는 한다. 그래서 정부의 시업에서 민간업자들이 이익을 보았으니 부정이고 비리인가? 의혹이고 범죄인가? 아니 시장의 변화로 누군가는 이익을 잃고 누군가는 이익을 더 크게 얻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인가.

 

부동산개발이란 더욱 그런 것이다. 하루이틀해서 공사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처음 계획부터 분양까지 상당한 시일을 소요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어떻게 시장상황이 바뀔 지 모른다. 애초의 계획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될 지도 모른다. 심지어 나중에는 개발된 대장동 거주민들의 불만까지 시장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중이다.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예상해서 결정할 수 있으면 다시 말하지만 정치인이 아니라 예언자를 해야 한다. 예언하지 못했으니 정치인으로 자격이 없다. 아니 범죄고 의혹이다. 배웠다는 놈들이 그러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의심한다고 다 의혹은 아니라는 이유인 것이다. 하긴 그래서 뭐가 불법이고 뭐가 비리라는 특정 없이 그냥 아무거나 던지고 마는 상황인 것이다. 하다못해 처음 계획을 수립하던 시점에서 오갔던 여러 의견들까지 들추어서 죄다 문제로 만들려는 중이다. 화천대유의 실소유주가 누구인가도 이제는 아무도 묻지 않고, 이재명 당시 시장에 어떻게 이익이 돌아갔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가능성조차 제시되지 않는다. 그냥 뭐가 문제가 있기는 있다. 조국이 당한 방식인데 조국을 응원한다는 새끼들이 똑같은 짓거리 저지르는 중이다. 뭐가 잘못인가? 뭐가 잘못인지도 모른다. 똥지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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