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고조선이 요하 유역에 세워진 것은 기원전 10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기원전 3세기 무렵 연나라 장수 진개에게 패하며 압록강을 건너 대동강 유역의 평양으로 중심지를 옮기게 된다. 이어 기원전 2세기를 경계로 위만이 고조선의 왕위를 찬탈하면서 준왕은 남하해서 마한을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준왕이 아니더라도 고조선의 권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많은 지배층이 이탈하여 남하하며 한반도 남부에서 정치세력을 이루었을 것이다. 고조선 세력을 한민족의 주류라 한다면 한민족의 주류가 한반도 남쪽까지 남하해서 정치세력을 이룬 것은 기원전 2세기 무렵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들이 내려오기 전 한반도 남쪽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거나 혹은 의문을 갖는 한반도 남부를 지배하던 왜의 세력과 그를 증명하는 듯한 고분군 등의 유적들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이다. 어째서 대마도는 일본 본토보다 한반도와 더 가까운데도 일본인들이 사는 일본의 영토로 남아 있는가. 한 마디로 한국인의 주류가 만주와 요동을 거쳐 남하하기 전 한반도 남쪽에는 바다를 통해 건너온 일본의 주류와 같은 왜라 불리우던 이들이 살고 있었으며, 바로 북쪽에서 내려온 한국인의 주류가 이들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밀려나 아예 한반도에서 내쫓기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래서 아직 과도기이던 삼국시대 후기까지 한반도에 남아 있던 왜의 세력과 일본 열도의 왜는 서로 교류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백제 왕실과도 소통하고 있었을 것이다. 즉 백제계라 전해지는 당시 일본의 권력자들 가운데는 백제와 연관이 있을 뿐 민족적으로는 오히려 일본의 주류와 같았을 이들 또한 상당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마도가 거리상으로 한반도와 더 가까운데도 지금까지 일본인이 사는 일본의 영토로 남은 이유는 북쪽으로부터 남하한 한국인의 선조가 한반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미처 바다건너 대마도까지 관심이 미치지 않은 결과란 것이다. 바다를 건너 정복한다는 자체도 많은 시간과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대마도는 그다지 탐나는 땅이 아니었다. 지금도 대마도는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 있다는 것 말고 내세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어업에 의지해 살아가는 가난한 지역이다. 그나마 한국인들이 대마도로 관광을 많이 가서 조금 형편이 피었을 뿐 역사상 항상 가난했고 그래서 또한 한반도의 해안가를 약탈하는 해적들의 소굴이 되고는 했었다. 태종이 한 번 토벌군을 보내고 나서 굳이 더이상 조공이나 받고 제한된 무역만을 허락할 뿐 군사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것도 그만큼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한국인의 남하는 한반도 해안가에서 멈췄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서기의 기록들도 영산강 유역에 남은 흔적들도 모두 납득이 간다. 어째서 백제와 가야까지 참여하는 임나의 존재가 역사서에는 등장하는가. 그 먼 바다를 건너서 왜는 무려 수 만이나 되는 병력을 동원해서 광개토대왕의 군대와 싸우고 있었다. 과연 기원 2세기, 3세기 일본은 역시 바다건너 신라까지 위협할 정도로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영산강 유역에서 동해안과 가까운 신라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육지로 이동하기보다 바다를 통하는 편이 더 쉽고 빠르다. 여기서 혹시나 오해해서는 안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과 달리 백제의 중심지는 호남이 아닌 호서 - 즉 지금의 충청도였다는 사실이다. 원래는 한강유역인 서울 인근이었다가 장수왕에게 박살나고 지금은 충청남도 여군에 속한 사비까지 남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전, 그리고 이후로도 백제 왕들과 긴장관계를 이루던 이 일대의 지배세력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냥 한민족이란 원래 하나의 민족이었고 처음부터 한반도에 살았었다는 민족주의의 신화만 지우면 쉽게 도달하게 되는 결론인 것이다. 최초로 한반도에 정착했던 초기인류들 역시 결국은 이주민들이었다. 중국을 지나서든, 혹은 바다를 통해서든, 만주를 거쳐 북에서 내려오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동해 온 이들이 한반도에 정착하며 차례로 한반도의 주인이 되고 있었다. 주인이 없는 땅으로 남하해 온 것이 아니란 것이다. 백제를 건국한 온조도,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도, 가야의 건국왕인 김수로 역시. 그리고 그 전에 이미 이땅에는 주인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럴 경우 자칫 한반도 자체가 일본인들에게 회복해야 할 고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서 쫓겨나고 수백년 뒤에나 일어난 일인 것이다. 원래 한반도는 한국인의 땅이었고, 한국인이 한반도의 주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한반도의 주인들을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역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의 문제다. 하필 그 대상이 일본이기도 해서. 정복하고 정복당하는 역사의 한가운데 고대의 일까지 끼워넣기란 보통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지우고 나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 처음 한국인들은 선주민인 일본인을 이기고 그들을 내쫓은 뒤 한반도의 주인이 되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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