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성주의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메갈과 워마드였었다. 당시 이들 사이트를 현정부와 연관지으려던 어떤 세력들의 의도와 달리 이들의 정치적 성향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여성이기에 박근혜는 부당하게 탄핵당했고 남성인 문재인 대통령은 타도되어야 한다. 말이 타도지 실제 표현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민망한 것들이 대다수였었다. 그리고 그런 메갈과 워마드를 정의당과 한겨레, 시사인 등 자칭 진보진영이 감싸고 있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2012년 당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에 표를 주었던 자칭 진보주의자를 몇 알고 있다. 진보주의자이면서 여성주의자였는데, 박정희의 딸이라는 정체성은 배제한 채 오로지 생물학적인 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표를 주는 것을 진보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박근혜가 탄핵당하던 당시에도 여성이라서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펴던 이들도 있었다. 여성이기에 단지 박근혜의 지인이던 최순실의 정치관여를 더 크게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실제 지금에 와서는 최순실이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을 저지르기는 했어도 현정부보다 잘했다는 주장을 당당히 펴는 놈들을 어렵잖게 찾아보게 된다. 대표적으로 진중권, 서민. 아마 정의당에서도 비슷한 대답을 할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그래도 여성주의자들이 다시금 자칭 보수를 중심으로 뭉치기에는 박근혜로 인한 내상이 상당했다는 것이었다. 박근혜를 지우고 다시 여성주의자들이 주도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안희정과 관련해서 김재련 변호사와 피해자 김지은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마냥 억측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박원순 시장도 당했었으니까. 그리고 안희정과 박원순을 발판삼아 이수정 등 여성주의자들과 자칭 진보정당 정의당, 그리고 좌우 할 것 없이 언론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KBS에서 자체개혁을 위한 노력이 사라진 시점이 바로 이 무렵이었다. KBS 9시 뉴스에서 자살도 2차가해라는 말이 나오면서 KBS의 개혁은 멈추고 과거로 회귀하게 되었다. 미투란 바로 그를 위한 여성주의자들의 큰 그림이었던 것이다. 미투를 통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가해자로 만들고 자신들이 다시 보수세력과 손잡고 정치세력화하는 것을, 나아가 자신들에게 크게 내상을 입혔던 박근혜의 복권까지 시도하려 한다.

 

실제 보라. 대구에서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이 여기자와 동료 여성의원들을 대상으로 아예 노골적으로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과연 이들 여성주의자들이 강하게 입장을 드러낸 적이 있었는가. 정치인도 아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기자가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한 것 가지고는 기자협회 차원에서 나서서 사과를 요구했었는데 여성기자를 면전에 두고 한 발언에 대해 어느 기자가 한 마디 크게 목소리 높여 비판이나 했었는가. 이번 김웅이 필리버스터에서 성범죄는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심지어 박원순 시장을 계기로 여성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국민의힘으로 향했던 이수정이 조두순의 행동을 가리켜 담대하다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 과연 자칭 여성주의자, 자칭 진보가 무어라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여성 접대부까지 부른 김봉현의 검사 접대에 대해서도 저들은 침묵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하다. 박원순 논란 당시 저들은 서지현이 과연 진짜 성추행 피해자인가 의심하는 발언까지 한 바 있었다. 자기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피해자다움에 대한 의심을 공공연히 드러냈었다. 진혜원 검사 등에 대해서는 검찰 수뇌부를 움직여서 징계까지 시도했었다. 바로 서지현 사건을 묻고 김학의 사건을 묻었던 그 검찰 수뇌부와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호영이 김학의 사건을 들먹이며 법무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한 저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다시 말하지만 한국 여성주의의 뿌리는 친일과 친독재였었다. 김활란, 박마리아가 한국 여성주의의 뿌리였고, 이후 YWCA등 많은 여성단체들이 정권에 기생하며 사회를 억압하는데 앞장 선 바 있었다. 민주화운동이 진보운동으로 발전하면서 덩달아 수혜를 입은 것은 이들 여성주의자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어째서 정의당 안에서 대표적인 강성 여성주의자였던 장혜원이 공수처법안에 대해 당론까지 어겨가며 기권하고 당대표는 그를 용인하고 있었는가. 민주당 2중대는 싫어도 국민의힘 선봉대는 즐겁다. 국민의힘이 노동존중 정당이고 조선일보가 여성존중 언론이다.

 

진짜 어이가 없는 것이다. 탁현민이 수 십 년 전 개인의 성적 판타지를 끄적이듯 쓴 에세이에는 그리 분노하면서 국회의원이 자기 이름을 걸고 그것도 필리버스터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그게 바로 여성주의자들이 말하는 성인지감수성인 것이다. 민주당에는 적용되지만 국민의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마치 조국 딸이 받은 장학금은 뇌물이지만 검사들이 받은 접대는 그냥 정도를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말 그대로 접대라는 검사의 발표와 닮아 있다. 그 발표를 과연 언론 누가 비판하고 있을까?

 

더이상 여성주의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어차피 바라지도 않는다. 여성주의자들이 바라는 지지의 대상은 그래도 국회의원 이상의 권력자이지, 그것도 보수권력자지 나같은 최저임금이나 받는 하빠리 남성은 아니란 것이다. 아마 여기도 찾아보면 그런 주장을 하는 여성주의자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당신들의 이해나 지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동의를 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남성인 검찰 수뇌부를 움직여서 같은 여성인 현직 검사들을 징계하려 하는 것이다. 여성주의는 적이다. 최소한 민주당 지지자인 내 입장에서. 분명한 사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