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세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비슷한 장면이 나올 것이다.

 

"이런 건 맛 없어, 먹지 마!"

"이런 형편없는 걸 먹겠다고? 안돼! 이런 건 버려야 해!"

"당신에게 이런 건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 다른 걸 먹어."

 

결론은 아무것도 먹지 말고 굶으라는 것이다.

 

받아야 할 돈이 있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리저리 회피하는 바람에 결국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받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당장 급해서 일부라도 받으려는데 누군가 끼어든다.

 

"일부만 받아서 되겠어? 다 받아. 일부면 아예 받지 마!"

 

내가 급하다고.

 

"그러면 옳지 않아. 전부 다 토해낼 때까지 버텨."

 

그렇다고 아예 신고해서 감옥에 보내느냐면,

 

"돈을 다 받아낼 때까지 꼼짝도 하지 마. 감옥에도 보내지 말고. 돈부터 다 받아."

 

그래서 이 놈은 내 편일까? 돈을 빌려간 그 놈 편일까? 결론은 나는 돈을 받지 못했고 그놈은 돈을 주지 않았다. 다른 어떤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

 

이명박근혜 때도 한결같았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 타협은 악이다. 양보는 적이다. 그러므로 전부가 아니면 반대하고 기권하겠다. 한 번에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오르지 않으면 최저임금인상에도 반대, 한 번에 주 40시간 되지 않으면 그것도 반대, 한 번에 모든 사업체에 대체휴일 인정되지 않으면 그 또한 반대, 타협하고 양보한 중대재해법도 전부가 아니므로 반대, 그래서 과연 누가 좋았었는가? 반대해서 노동자가 더 좋아졌을까? 기권해서 사용자가 더 좋았을까? 그러면 정의당과 자칭진보는 누구를 위해 봉사한 것인가?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도 아예 법안 자체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노동존중의 정당이라며 추앙하더니 그나마 양보한 법안이라도 통과시킨 민주당에 대해서는 극언마저 서슴지 않는다. 당시 국민의힘을 비판하던 자칭진보는 거의 보기가 힘들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 그러니 전부를 쟁취해낼 때까지 노동자는 억울하고 힘들고 부당해도 참으라.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죽을 때까지 일하면서 그냥 참고 견디라. 그게 정의당이고 한겨레였다.

 

내가 자칭 진보를 혐오하는 이유다. 나 자신이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노동관련현안에서 과연 정치권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선택들을 하는가. 그래서 자칭 진보는 노동자인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실제로 해 왔는가. 2000년대 초반까지 나 역시 자칭 진보를 진심으로 믿고 지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옥석논쟁 당시 나는 이문옥을 지지하고 있었다. 왜 내가 입장을 바꾸었을까?

 

노동자와 약자들을 위한 진보? 그런 건 현실에 없다. 저들은 한 번도 진심으로 노동자와 약자를 위해 본 적이 없었다. 결과는 항상 기득권의 이익 유지였다. 그를 위해 그들은 봉사해 왔었다. 결과가 말해준다. 사실이 진실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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