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거들을 돌이켜보면 아무리 보수적인 인물이라도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진보적인 정책 몇 개는 기본으로 공약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처럼 아예 보수조차 바라지 않을 수구로의 회귀를 전면에 내세운 경우란 오히려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다. 그런데 어째서 자칭 진보들은 남의 일 구경하듯 하는 것일까.

 

경향이야 이미 수구로 돌아섰고, 그나마 진보를 자처하던 한겨레조차 윤석열의 공약을 보고서도 중계에만 열중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비판한다면 이재명이다. 정의당은 아예 윤석열은 제치고 이재명의 도덕성만 공격하는 중이다. 윤석열이 당선돼서 실제 공약한 그대로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해도 상관없다. 그동안 그들이 그토록 간절히 주장하던 진보적 가치란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였던 것인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어째서 정의당이 돈도 없다면서 매번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었는가 그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빚이 많다는데 빚독촉에 시달린다는 말도 들어 본 적 없었다. 빚이 너무 많아서 정당하게 지불해야 할 임금이나 각종 비용을 체납한 경우가 있다는 말도 들어 본 적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면 그 동은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것일까?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중도층이란 함정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일 것이다. 민주당의 왼쪽에는 정의당이 있다. 더 진보적인 정의당이 있으므로 민주당이 진보적이지 못해 실망하는 유권자가 있으면 정의당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에게 등돌린 중도층이 있다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기 쉽다. 그래서 조중동이 정의당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파면 나올 게 많다. 과거 보수정권 아래에서도 토론에서 자기를 모욕한 상대에게 보복하려 한 박근혜를 제외하고 진보정당에 대해 그리 적대적이거나 하지 않았다. 훌륭한 도구였다. 정의당을 통해 민주당이 진보적이지 못함을 비판하고 민주당 내부의 보수화를 이끌어낸다.

 

선거에서 이길 때는 가만 있다가 선거에서 지기만 하면 진보적이어서 졌다. 보수적인 중도층의 마음을 잡지 못해서 졌다. 그러니 진보도 개혁도 다 때려치자. 그런데 진짜 진보적이면 민주당에 실망했을 때 진보정당인 정의당으로 돌아서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 그 전에 정의당이 과연 진보이기는 한 것인가. 진중권 나부랭이가 진보를 자처하던 것이 바로 자칭 진보고, 그런 놈들이 모인 정당이 바로 정의당이었던 것이다. 김학의를 수사한 것도 정권차원의 범죄다. 그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한겨레의 공식 논평이었다. 

 

진보적이라고 그런 자칭 진보의 정체에 대해 무지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민주당에 실망했어도 정의당에 표를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포기하지. 진보적이어서 포기하기 쉬운 이유는 어차피 자신들의 요구와 반대로 가는 거라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다수 진보적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했던 것 아니던가. 지금도 비슷하다. 도저히 민주당 후보인 이재명을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해 선택을 유보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진보적인, 혹은 우호적인 중도층 유권자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들을 먼저 결집시켜야 진짜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미 정의당으로 갔을 것이므로 보수적인 중도층만 의식하자. 그동안 민주당의 방식이었다.

 

고민해야 한다. 진짜 민주당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민주당을 지지해서 얻을 수 있는 효능감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그것들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그를 통해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 중도층만 잡으면 끝인 것일까? 대통령의 지지율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보라. 민주당은 과연 더 진보적이어서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가.

 

아무튼 분명해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진정 진보와 보수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 보수가 저토록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는데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한 것이다. 저 새끼들은 그냥 자칭이라고. 그래서 유권자들은 진정 진보에 회의하거나 반감을 가지는가. 지켜 볼 일이다. 뭐라도 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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