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정치나 시사관련 유튜버 혹은 블로거 가운데 공포나 증오와 같은 감정에 대해 나처럼 중요하게 깊이 파고드는 경우는 거의 드물 것이다. 정치와 시사란 단지 사실과 진실의 문제라 여기는 경우 공포나 증오와 같은 감정은 단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어떤 논리로써 그것을 타당하게 정당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내가 아는 시사란 감정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과거 서프라이즈 이후 내가 천착해 온 문제이기도 했었다. 인간은 얼마나 이성적이고 감성적인가? 대중이란 얼마나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인가?

 

그래서 공포나 증오와 같은 대중의 감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온 만큼 그에 대해서도 민감한 편이었다. 당연히 수구진영에 대해서는 공포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자칭 진보에 대해서도 증오와 혐오의 감정을 본능처럼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려가 없지는 않았다. 자칭 진보의 실체나 진심은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단지 나 자신의 편견과 오해가 그렇게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이해하고. 또 그를 근거로 예상하는 자칭 진보의 모습이란 나의 생각이나 믿음과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런데도 쓴다. 말했듯 나는 나에게 유리하게 글쓰기보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쓰기를 선호한다. 그것이 내가 얼마 안되는 블로그 방문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차라리 내가 틀렸다면, 그래서 자칭 진보들에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

 

정의연 논란이 남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과인 것이다. 정의당이 시민단체의 내부사정에 무지하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칭 진보언론이 시민단체 내부의 문제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은 오히려 조롱거리나 될 만한 주장인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당시 법과 제도 아래에서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모르지 않는다. 정의연이 시민단체로써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절대 모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떠했는가? 직접 정의연에 대해 취재하고서도 한겨레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정의당 역시 시민단체의 내부사정에 대해 모르지 않았을 터임에도 조선일보가 만든 프레임에 따라 윤미향을 공격하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탈원전을 주장하던 자칭진보가 탈원전을 수사하겠다는 검찰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넘어 이미 청와대를 정권차원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집단으로 단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지게 된 확신이다. 김학의의 출국금지에 대해 국민의힘이 문제삼고 검찰이 수사하겠다는데 김학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모른 채 침묵하는 모습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내가 증오와 공포, 혐오와 경멸이라는 최악의 감정을 전제로 이해한 자칭 진보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검찰이 수사하니 문제이고 국민의힘이 문제삼으니 범죄다. 오히려 증오와 공포라는, 혐오와 경멸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전제하여 이해하고 예측한 자칭 진보의 모습이 더 현실에 가깝다.

 

틀리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는데 사실로 맞아 떨어질 때의 느낌은 아마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틀렸을 것이라 여기며 감정을 배설하듯 글을 쓰는데 실제 그대로 이루어진다. 정의연 논란이 남긴 최대 성과일 것이다. 그  전까지는 증오와 공포라는 감정까지는 있었어도 사실이고 진실일 것이라는 확신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알게 되었다. 저들의 진보란 누구를 위한 진보인가? 저들의 정의란 누구를 뒤쫓는 정의인 것인가? 조선일보가 앞장서고 국민의힘과 검찰이 주장하면 진실이 된다. 저들의 진보란 조선일보와 국민의힘과 검찰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긴 그래서 정의당과 한겨레는 그토록 조선일보를 의식하며 주장하고 기사도 쓰고 했을 것이다.

 

허무한 것이다. 스스로는 증오란 것을 알고 있다. 혐오이고 경멸이란 것을 스스로 느끼며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설마 틀렸겠거니. 그냥 편견과 감정에 의한 배설이겠거니. 그런데 사실이었다. 사실을 넘어 예언이었다. 월성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었다는데 오히려 자칭진보는 침묵하고, 김학의의 출국금지에 대한 검찰수사에도 철저히 침묵을 지키는 중이다. 저들에게 진보와 정의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내가 믿고 있던 진보와 정의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가. 총선 때마다 민주당은 예외로 하고 진보정당에 표를 주어 온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병신이었는가.

 

정의당의 진보는 조선일보가 판단한다. 한겨레의 진보 역시 조선일보가 판단한다. 그래서 진중권은 진보다. 홍세화도 진보다. 강준만도 진보다. 어째서 자칭 진보는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을 저토록 의식할 수밖에 없는가. 굳이 반복할 필요 없이 그동안 지겹도록 떠들어 온 내용일 터이므로. 자칭진보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래서 뻔히 사정을 알면서도 정의연을 외면해야 했던 것이고, 그동안 주장해 왔음에도 탈원전은 범죄여야 하는 것이다. 김학의의 출국금지는 정권차원의 범죄이고 인권유린이어야 한다. 그래서 자칭 진보란 뭐다? 내 생각이 맞아서 더 열받는 것도 생소한 경험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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