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님의 칼럼인지 낙서인지를 전해들으니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전근대 조선에서 외교란 오로지 중국과의 관계만을 의미했다.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란 중국과의 관계 아래 종속되어 존재할 뿐이었다. 중국이 중화라면 그 아래 소중화로써 조선이 다른 나라들보다 우위에 위치한다는 정도가 당시 조선인들의 세계에 대한 인식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 아닌가. 그래서 조선 후기 유학자들은 과연 청이 중화로써 자신들의 종주국일 수 있는가를 두고 중요한 철학적 주제로써 진지한 논쟁까지 벌였던 터였다. 이른바 인물성동이논쟁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기자들은 무식하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력을 갖추고 해당 분야의 기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학교 다니면서 취업준비 열심히 해서 마침 자기 스펙에 맞는 언론사가 있기에 지원해서 합격한 결과 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기자가 된 뒤 제대로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을 하는가. 어차피 출입처에서 기사는 떠나 먹여 줄 테니 그럴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 지금 언론의 현실인 것이다. 말 그대로 말인지 당나귀인지도 구분 못하는 수준으로도 얼마든지 해당 분야에서 전문기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민주당 초선나부랭이들 비웃는 이유도 그것이다. 실제 직접 정치를 하면서 그깟 정치부 기자놈들 기사에 휘둘리는 게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할 짓인가.

 

그렇다 보니 청와대 출입하고 국제외교에 대한 기사를 쓰더라도 국제관계에 대해 아는 것이란 쥐뿔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란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 외교란 조선시대 친청파 친일파 친러파가 그러했듯 누구에게 줄서는가의 선택 말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 조금만 좋은 말 해주고 약간만 양보를 해도 친중이 되는 것이고, 일본과 사소한 부대낌만 있어도 반일이 되는 것이다. 미국이 하는 말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았으니 반미다. 그래서 그 밖에 나머지들은? 그나마 영국과 독일, 프랑스조차 미국과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 아래에서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 밖에 나라들은 말 그대로 그 밖이다. 도대체 외교를 한다면서 대통령이 스페인이나 오스트리아를 찾을 이유가 무엇인가? 외교를 하려면 미국 대통령과 만나던가 일본 총리와 만나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G7부터도 다른 모든 외교성과를 뒤로 한 채 오로지 일본과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부분만을 지적하는 기사가 넘쳐났던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과 함께 대화하지 않으면 외교가 아니다. 그런 연장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진 상태에서 오스트리아나 스페인 같은 듣보잡 나라들을 방문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정숙 여사에게 오스트리아 국민만찬을 경험시켜주는 것이 목적일 것이라는 개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이전에 그런 글을 당당히 지면에 올릴 수 있는 인식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 글을 보고 사람들이 어찌 반응할까 상상할 최소한의 지성조차 사라진 상태다. 모두가 자기들처럼 생각하고 자기들 기사를 보고 납득하고 말겠거니.

 

그래서 그나마 G7은 보도하던 언론들조차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의 국빈방문은 아예 무시하고 지나가고 마는 것이다. 거기서 무슨 이야기가 나왔든 대한민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차라리 이준석이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오스트리아나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 뭘 하든 무슨 기사거리가 된다는 것인가. 그냥 무식해서다. 그런 주제에 게으르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자기들은 정의라 착각한다. 진보고 보수고 구분이 필요없다. 요즘 기사 보면 과연 기자에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적 구분이 의미가 있긴 한가. 웃을 뿐이다. 버러지 새끼들. 벼멸구에 미안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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