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란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벨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자신을 벨 수 없다면 타인도 벨 수 없다. 특정인만을 벨 수 있는 칼은 정작 필요한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칼의 날카로움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은 물론 심지어 자식마저 희생물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칼을 뽑았다. 자신있게 휘둘렀다. 아니 아예 난도질을 했다. 정치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도덕성이다. 도덕성이야 말로 한국정치가 추구해야 하는 진실한 가치이며 새로운 정치다. 그런데 정작 자기 당 자기 사람에게서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과연 그 칼은 자기 당 자기 사람 자기 자신에게까지 휘두를 수 있는 칼인가. 자신마저 벨 수 있는 그런 칼인가.


작년 안철수가 도덕성을 앞세워 문재인을 흔들려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다. 안철수를 걱정했다기보다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걱정했다. 그런 식으로 지나치게 도덕적인 선명성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스스로 선명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도덕성을 강조한 만큼 더 엄격하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도 도덕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새누리당이었다면 이슈가 되지 않는다. 그러려니 심지어 지지자들도차 아무일없이 넘어간다. 더민주였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더구나 유력대선주자인 문재인이 가장 우위에 있는 부분도 바로 이 도덕성이다. 더민주의 도덕성에 흠결이 생기면 바로 대선주자인 문재인에게까지 영향이 간다. 그리고 문재인이 받는 타격은 다시 더민주에게로 돌아온다. 그런데 하물며 새정치였다. 거대양당을 비판하며 대안세력으로서 지지를 호소하며 자리잡은 3당이었다. 그런 정당에서 다른 정당에서도 보기 힘든 구태의 비리가 사실이 되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중의 인식이 어떨까?


기소만 되어도 당원권을 박탈해야 한다. 기소된 국회의원의 지역구에는 공천도 해서는 안된다. 비례대표 역시 계승해서는 안된다. 모두 안철수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쳐나오기 전 문재인을 비판하면서 했던 말이었다. 그 말이 다시 그대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모두가 지켜본다. 과연 안철수는 자신의 당 소속 국회의원의 불법과 부정에 대해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 안철수 자신이 한 말에 따르면 저들은 모두 출당되어야 하고, 그들이 가진 의석은 포기되어야 한다. 그럴 수 없을 것을 알기에 차라리 비판하기보다 비웃으려 한다. 차라리 잘못이기보다 어리석음이다.


시험대에 섰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자신의 말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말을 번복할 것인가. 그렇다고 당대표로서 쉽게 소속정치인을, 그것도 측근을, 심지어 당의 의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다. 어쩌면 뜻밖에 안철수의 그릇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좀 어이없는 사건이다. 너무 뻔하다.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티나게 해먹지 않는다. 들키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니면 들켜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도 아니면 아예 몰랐다. 차라리 우습기조차 하다. 여러가지로 웃게 만드는 사건이다. 전혀 남이면 재미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