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큰일났다. 하필 이 상황에 삼성증권 사태가 이슈가 되고 말았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의 과거 국회의원시절 행적을 가지고 야당과 언론이 신나게 물어뜯고 있다. 사실 김기식 금감원장 자신의 해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 그다지 김기식이라는 개인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한 사안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의 임명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어째서? 그러니까 청와대가 굳이 상당한 정치적인 부담까지 감수해가며 김기식을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국민들에 보여주어야 한다. 청와대 뿐만 아니라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자신도 어째서 자신이 그런 숱한 논란들에도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되어야 했는지 스스로 행동과 실적으로 입증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아닌 삼성의 계열사인 유력 증권사였다.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동안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거대 증권사였다. 과연 이번 삼성증권 사태에 대해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 성공하면 정부와 김기식 모두가 살고 실패하면 정부와 김기식 모두가 타격을 입는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 피를 볼 수밖에 없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김기식이란 이런 사람이다. 이런 인물이기에 그같은 숱한 논란들에도 청와대는 김기식의 금감원장 임명을 강행했던 것이었다. 김기식 역시 청와대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금감원장 취임을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어찌되었거나 다소간의 논란은 있어도 그만큼 필요한 인사였고 필요한 인물이었다. 그러면 과연 그 과정에서 흘리게 될 피는 누구의 피이겠는가. 금융감독원이 멍청해서가 아니다. 단지 그래야 하는 의지도 동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삼성증권은 과연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려고 선택한 인사였다. 그런 것을 기대하며 임명한 인물이었다.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과 논란들에도 김기식의 금감원장 임명에 기대하는 유권자 또한 적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참여연대 시절, 그리고 국회의원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집요하게 특히 재벌과 금융권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치고 있었다.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그의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라면 그에게 금감원장이라는 날카로운 칼이 쥐어졌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기대하는 바다.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 사느냐 죽느냐. 과연 누가 살고 누가 죽을까.


아마 야당이 자꾸만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을 물어뜯으려 드는 것이 삼성증권 입장에서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신임 금감원장의 날카로운 칼이 삼성증권의 목에 정확히 겨누어져 있다. 적당히 타협하며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신을 임명하고 지지해 준 청와대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아야만 하는 처지다. 너무 막다른 구석까지 몰아가려 하고 있다. 덕분에 삼성증권을 겨눈 칼은 더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 금감원장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 것인가. 흥미롭게 지켜보는 바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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