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이런 게 바로 민주주의다. 당장 미국만 해도 그동안 대통령 지낸 인간들 모두 뒤져보면 의외로 멀쩡한 인간이 몇 되지 않는다. 20세기 이전에는 더 처참했고, 20세기 이후로도 진짜 별 한심한 인간들이 넘쳐났다. 당연한 것이 민주주의란 탁월한 소수가 아닌 평범한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다수의 체제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닌 특별한 역정을 거치고 대중의 선택을 받아 특별한 존재가 된 이들이란 것이다. 인간적으로 탁월해서가 아닌 그냥 수많은 구성원 가운데 하필 당시 가장 대중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그리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공동체 전체가 학습해 간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때로 잠시 멈춰서고, 때로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때로 엉뚱한 길로 갔다가, 어느새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게 역사다. 이명박근혜의 존재가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는 이유인 것이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학습했고,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 이후로는 국민의힘 정부일 것인가. 국민의힘이 그만한 가치를 보여줄 때만. 어째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대선후보로서 이재명의 지지율은 오르고 있는 것일까. 4년 전 나는 이재명은 절대 대통령감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다.

 

송영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혜숙 백혜련 두 최고위원은 당장 다른 당으로 내쫓고 싶다. 그런데도 어째서 조응천이 민주당에 몸담고 있는가. 어째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응천을 찝어 영입했는가 최근 발언으로 알겠다. 다만 성향이 다를 뿐이다. 인간은 신의가 있고 성실하기도 하다. 진심으로 검찰을 생각한다. 검찰이라는 조직을 생각해서 단호하게 윤석열을 비판할 수 있다. 이런저런 개놈쌍놈버러지똥덩어리들이 모여 이루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란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무엇인가. 탁월한 소수가 한 번에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인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 민주당은 잘하고 있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180석을 가졌다고 자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민주적 절차에 의거 큰 혼란없이,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밀리거나 하지 않으면서 하나씩 차근히 처리해 왔었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까지 완수하면 민주당은 해야 할 모든 걸 다한 것이다. 선거에서 졌으니 이런 원인도 찾아보고 저런 원인도 찾아보고 어찌되었거나 자신을 낮추며 용서를 구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사실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기 여기는 국민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얼마나 신중하게 심사숙고해서 원인을 찾고 대처했는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 민주당은 오만하지 않기에 다시 일어설 힘을 비축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선거 한 번 이겼다고 국민의힘은 오만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낙연이 한때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손꼽히고 있었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편하고 때로 화가 난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모든 당원과 지지자의 마음이 나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쌍욕하며 싸우는 것이다. 똥파리네 뭐네 서로 모욕하며 부딪히는 것이다. 그래도 당대표가 되었으니 일단 송영길을 믿어보고,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가 있다면 기대를 가지고 지지하기도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동지적 연대다. 민주당의 진정한 승리를 바란다면. 민주당의 이름으로 민주당의 정책을 계속 밀고가려 한다면.

 

그래서 한 편으로 욕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내가 바라는 민주당의 정체와 지향과 정책들이 있다. 그렇게 욕하며 싸우는 사이 그래도 조금은 내가 원하는 쪽으로 가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게 또한 민주주의이기도 할 것이니. 내가 자칭진보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민주주의다. 지금은 거의 유일한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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