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이 기득권인 이유는 그들이 정의롭기 때문이다. 정의롭기 때문에 누구의 조언도 비판도 들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가르쳐야 한다. 보다 엄격하게 보다 혹독하게 가르쳐서 모두가 정의롭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싸운 것 아니던가. 분명 불의한데 오히려 스스로를 정의라 여기며 정의로운 이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모습에서 젊은 혈기가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숨을 걸고서라도 저 불의한 권력을 몰아내야겠다.

 

확실히 권인숙도 기득권이 되었다. 하긴 나이가 몇 살인데. 더구나 교수였다지 않은가. 가르치는 것에 익숙하다. 무지하고 몽매한 이들을 가르쳐서 바른 일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틀렸다. 틀린 정도가 아니라 너희가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나는 안다. 나는 진실을 알고 정의를 알고 진리를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들을 가르쳐서 바꾸겠다. 자칭 진보가 그래서 망했다. 말하지 않았는가. 논쟁하다 말고 너 어디까지 책 읽고 논문 읽고 왔냐는 말로 다 끝내더라고. 모르면 넌 무식한 놈이니 논쟁할 가치가 없다. 그냥 강의를 들으라.

 

어째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닷페이스 출연에 분노하고 있는가. 당원이다. 어찌되었더나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지지자들에 대해 어째서 그런 주장을 하는가 한 번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존중하는 마음에서라도 한 번 더 귀기울여 듣고자 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없다. 존중도 뭣도 없고 오로지 일방적인 무시와 훈계만 있을 뿐이다. 너희는 나와 같은 급이 아니다.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을 들으라.

 

꼭 닮아 있는 것이다. 권인숙이 젊었을 적 싸우던 전두환의 모습과.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 기득권의 실체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여성주의자들과 논쟁하면서 깨달았다. 저들은 대중의 동의와 지지를 바라지 않는다. 대중이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와 타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함께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너는 그냥 들으라. 너는 그냥 따르라. 내가 옳다. 내가 주장한다. 내가 실행한다. 그런데도 권인숙과 전두환이 닮지 않았다는 것인가.

 

원래 여성주의의 모습이다. 일제에 빌붙고 군사독재에 빌붙고 재벌에 빌붙어서 자신들의 기득권 확대만을 위해 노력하던, 그 기득권을 정의로 포장하기 위해 진보를 참칭하던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성주의자들을 싫어하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기득권의 가장 싫은, 절대 옳다고 할 수 없는 악 그자체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왜 반페미일까? 장애인을 위해서도, 성소수자를 위해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연대할 수 있는 다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어째서 여성에 대해서만 연대를 거부하는 것일까? 정확히 여성이 아니다. 그 여성을 참칭하는 기득권 여성주의자들이다. 박근혜를 지지하고 마지막까지 박근혜를 옹위하려 했던 그들. 권인숙도 그 중 하나였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그런 주제를 알면 전두환일 리 없겠지. 전두환도 죽을 때까지 정의로웠을 것이다. 네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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