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어떤 패악을 저질러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며 충성을 다하던 순욱이었지만 결국 조조가 위왕에 즉위하며 찬탈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자 그와 결별하게 된다. 이성계를 도와 우왕과 창왕을 신돈의 핏줄로 몰아 폐위시키는데 일조했던 정몽주였음에도 결국 이성계가 고려의 왕씨를 대신해서 왕위에 오르려는 것을 알고 그를 막기 위해 오랜 친구의 목숨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왕조의 명운이 다했어도, 왕이 무능하고 포악하여 백성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어도, 왕을 바로잡으려 애써야지 왕을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혼군보다 암군보다 폭군보다 더 큰 죄악이 그래서 찬탈자인 것이다.

 

권경애가 결국 검언유착을 권언유착으로 바꾸기 위해 없는 사실마저 조작해 퍼뜨리려 시도했다. 조선일보가 그것을 받고 진중권은 그 주장을 고스란히 인용한다. 홍세화나 서민 나부랭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윤석열 검찰이 아니면 누가 문재인의 목을 딸 수 있겠는가. 윤석열 검찰을 돕지 않으면 어떻게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과연 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있는 지배자일 것인가. 물론 국민 가운데 문재인을 지지한 40%는 취급할 필요도 없는 불가촉대상인 것이다. 국민이란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만을 가리킨다. 문재인을 지지한 순간 국민의 자격조차 잃는다. 어째서 언론들이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의 도움을 구하고서는 정작 문재인을 지지하던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 바로 외면하고 정파적이라고 모욕하기를 서슴지 않는가.

 

원래 일본에서는 아무리 끝자락에 살짝 걸친 정도라 할지라도 겐지의 후손이어야지만 쇼군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힘으로 전국의 다이묘들을 누르고 그들의 위에 군림하고 난 뒤에도 끝내 쇼군의 자리에는 오를 수 없었던 이유였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올랐던 관직이 우장군, 우대신이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도 호소카와에게까지 한 번 까이고 그나마 쿠게의 명문이던 토요토미가의 양자로 들어가 쇼군 대신 간바쿠의 자리에 오르고 있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바로 다이묘들이 도쿠가와를 중심으로 뭉쳐서 토요토미가를 멸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진위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겐지의 후손이라 주장할 수 있는 도쿠가와에 비해 역시 오다나 토요토미는 다이묘의 지배자로서 정통성이 턱없이 미치지 못했던 탓이었었다.

 

위진시대 이래 대대로 황제가 바뀌는 동안에도 호족에서 귀족으로 거듭난 특권층들이 모든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왕조가 뒤집히고 황제가 바뀌는 동안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새로운 황제를 맞아 그를 지지하며 오로지 영화와 권세를 누릴 뿐이었다. 황제마저도 우스웠다. 진정한 천하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런데 혹시라도 황제가 정신이 나가서 그런 귀족들의 특권을 빼앗으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주전충 같은 제대로 미친 놈이 아니고서는 그들을 어떻게 할 마음조차 먹을 수 없게 된다. 연산군이 폭군으로 기록된 이유 가운데 하나도 결국 비대해진 훈구파들의 특권을 왕권으로 억압하고 박탈하려 한 것이지 않던가. 

 

민주화진영에도 엄연히 등급이 있었다. 성골과 진골이 있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육두품과 불가촉천민이 있었다. 성골은 군사독재정권도 인정한 이들이었다. 서울대 나와서 서울에서 활동한 말 그대로 엘리트들일 터였다. 그나마 서울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사람들이 알 만한 대학을 나와 서울에서 활동했다면 진골 쯤 된다. 역시 이 또한 서로 멱살잡이 하면서도 군사독재정권 역시 인정하던 선 안에 있었을 것이다. 저 멀리 부산에서 한 사람은 고졸이고 다른 한 사람은 경희대 출신이다. 과연 기득권이든 민주화진영이든 그들을 어떻게 여기고 있었겠는가. 노회찬이 아주 오래전 잠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진영에서 끝끝내 비주류로 떠돌다 떠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서로 욕하고 멸삽잡이 하더라도 그래도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도 박근혜도 그렇게 욕하면서 결국은 대통령으로 인정하기는 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당시 자칭 진보 가운데서도 검찰로 하여금 정권을 수사해서 몰락시켜야 한다 주장한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었다. 아니 그렇게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와중에도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경우란 거의 드물었었다. 그런데 어떤가? 노무현 정부 당시는 걸핏하면 거리로 나와 떠들던 말이 대통령 하야와 정권 퇴진이었었다. 감히 이명박과 박근혜에게는 하지 못하던 말들을 당시는 너무도 당당히 외치고 했었던 것이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윤석열 검찰을 지켜야지만 문재인 정부를 몰락시키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누구로의 정권교체이겠는가?

 

KBS가 파업을 마치고 가장 먼저 한 선언이 문재인 정부를 거꾸러뜨려 파업의 정당성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것이었었다. 그래서 김경록PB의 인터뷰를 왜곡하고, 검언유착을 권언유착으로 바꾸기 위한 오보를 자발적으로 내보냈다. 바로 그 오보를 이유로 수사심의위에서 한동훈에 대한 수사중단권고가 나온 것이었는데 권고를 무시하고 수사했다며 비판하는 보도까지 전면에 내보내고 있었다. 이유가 뭐겠는가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거꾸러뜨려야 한다는 당위에 비하면 언론으로서 오보를 내야 한다는 치욕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겨레도 기꺼이 KBS의 검언유착을 가리기 위해 오보 아닌 오보를 냈고 윤석열 총장의 권위가 떨어지는 듯 보이자 오체투지하며 온몸을 던져 체면을 살려주었다. 그런 연장에서 본다면 바로 반박이 나오는 왜곡된 사실로 국면을 전환하고자 시도한 권경애 변호사의 시도는 얼마나 깜찍한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조선일보가 받으니 진중권이 따라서 외치기 시작한다.

 

어째서 언론들은 저토록 정의당을 띄워주는 것일까. 어째서 미래통합당은 정의당에 저토록 추파를 보내는 것일까. 과거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정책연대를 하던 상황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당시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을 이어주던 고리도 바로 그것이었었다. 서울대 출신들이 모여서 모임까지 가지더라. 너도 서울대, 나도 서울대, 이성윤 지검장이 아미 경희대 출신이었던가? 같은 검사고 무려 중앙지검장인데 언론은 이성윤 지검장에 대해서만 어쩌면 이토록 가혹하기만 한 것인가.

 

아마 지금쯤 내가 왜 진보를 자칭 진보라 부르는가 이해하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저들의 진보는 차라리 패션에 가깝다. 페미니즘과 비슷하다. 좋은 대학 나왔고 사회적으로 이만한 위치에 있으니 적어도 이런 그럴싸한 소리 정도는 읊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원래 프랑스혁명 당시에도 많은 귀족들이 당시의 유행이라 귀족들의 특권을 비판하는 글이나 연극 등을 직접 후원하며 즐기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질은 단지 특권의식에 찌든 병신들이란 것이다. 토론하던 도중 서울대라는 학벌을 앞세워 상대가 지방대 출신임을 까발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리고 오히려 그런 모습을 지지하며 응원하던 자칭 진보들의 모습에서 더이상 그들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었던 기억이 있었다. 소비에트가 어떻게 노동자 농민을 위해 일어났음에도 노동자 농민을 탄압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는가.

 

참 어이없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정의가 무언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통이다. 정통이란 정체성이다. 누가 이 나라 이 사회의 정당한 지배자로서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최소한 서울대도 나오지 못한 부산 출신들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 부역하려는 놈들 역시 마찬가지다. 순혈의 자격을 찾으려 한다. 한겨레와 경향이 벌써부터 윤석열 선거운동에 목숨을 거는 이유인 것이다. 안철수도 서울대였다. 무려 서울대 의대다.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진다.

 

원래는 다른 글을 쓰려 했었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어이없어서. 그런데 또 그런 모습들이 너무 납득이 된다. 조선일보와 손잡고 미래통합당과 손잡는다. 조선일보를 금과옥조로 조선일보를 위해 먹잇감마저 기꺼이 만들어 던져준다. 양심도 염치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대의와 명분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 노무현을 몰아내기 위해 한나라당과 손잡았던 당시의 민주노동당과 자칭 진보들처럼. 당시도 비슷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인터넷에는 정말 잘나고 똑똑한 놈들이 너무 많다. 현실이란 것이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이다. 개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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