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청년실업이 이만큼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고작 국회의원 인턴이다. 경력이라지만 인턴은 어디까지나 인턴에 불과하다. 정식보좌관도 아닌, 그것도 몇 개월 짜리 인턴에 그렇게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고용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과연 그 인턴경력이 자신의 기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줄 수 있고 또 이익을 남겨줄 수 있는가.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새 어마무지한 스펙이 되어 버린다.


착각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가가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개인이 자기 책임 아래 고용해 쓰는 것이다. 누구를 쓰든 몇 명을 쓰든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라면 모두 국회의원 개인의 재량에 속한다. 다만 입법부의 일원이자 국가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일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기에 국가에서 법으로 정하여 지위를 인정하고 급여를 지급한다. 이들을 어떻게 쓰는가도 결국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국회의원 자신의 재량이다. 가족이더라도 - 아니 오히려 가족이기에 생판 남인 다른 보좌관보다 더 믿을 수 있고 더 가까이 둘 수 있다.


자식이 정치인인 부모를 따라다니며 돕는 것은 원래 그래서 그렇게 크게 흠이 되지 않았었다. 그렇게 급여가 센 자리도 아니다. 일이 편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편법으로 보좌관을 늘려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하는 일에 비해 법이 정한 보좌관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법안이며, 국정감사 자료며, 지역구 민원이며, 그것 다 국회의원 혼자 할 수 없으니 보좌관의 손을 빌린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당선되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일은 해야 그래도 국회의원으로서 면피는 한다. 전혀 자격도 안되는데 하는 일도 없이 돈만 받아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과연 가족을 인턴으로 - 아니 보좌관으로 고용해서 쓴다고 무슨 문제가 될까.


그래서 궁금해지는 것이다. 과연 서영교의원의 딸은 인턴으로서 자격이 안되었는가. 인턴으로서 과연 어떤 일들을 했었는가. 그래서 인턴을 함으로써 어떤 부당한 이익을 취했는가. 이력서에 경력 한 줄 써넣는 이상의 이익이어야 한다. 부당한 이익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돈만 받아간 것을 의미한다. 몇 달 인턴으로 인하고 지금은 그만두었다. 그만두고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몇 달의 경력이 그렇게 중요한가. 만일 서영교 의원의 해명대로 원래 부모의 일을 돕기 위해 사무실에 상주하고 있었는데 결원이 생기면서 인턴으로 정식 채용되었다면 평소 하던 일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그런 것까지 문제삼기에는 지나치게 각박한 것이 아닌가. 불법도 아니다. 단지 인턴 자리 하나 가족에게 배당한 것이 커다란 특혜가 되고 비리가 된다.


딸이 로스쿨에 다니니 사시폐지에 적극적이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아니 딸이 로스쿨에 다닌 것이 먼저인지 사시폐지를 주장한 것이 먼저인지 선후관계도 파악해야 한다. 로스쿨을 지지한다. 장차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로 완전히 정착할 것을 처음부터 지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딸을 로스쿨에 입학시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서연고도 아니고 중앙대 로스쿨 나왔다고 그것이 대단한 학벌로 작용한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로스쿨 입학했어도 일단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로스쿨 입학했다고 바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로스쿨에 입학한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특혜라도 받은 듯 난리다. 로스쿨이 특권인가. 아니면 로스쿨을 통해 장차 취득하게 될 변호사의 자격이 특권인 것인가. 그렇다고 로스쿨 입학과정에 어떤 특별한 문제라도 있었다는 확실한 근거마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기는 그래도 역시 국회의원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다. 공인이다. 그래서 공인이다. 딸의 인턴채용마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하다못해 구멍가게라도 자기 자식 아무나 데려다 일시키고 돈을 주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기 싫어 도망친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 부적절하다며 하지 말아야 한다. 바보가 되어야지 미친 척 해서는 곤란하다. 그만큼 국민들이 자식 취업문제에 예민하다. 또래의 취업문제에 아주 민감하다. 고작 인턴이지만 국회의원이 자신의 가족을 채용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불만을 가지며 분노를 드러낸다. 하지만 다만 그런 불만과 분노들이 정당한가. 


판단의 기준은 한 가지다. 그래서 얼마나 크게 부당한 이익을 보았는가. 가족을 채용했는데 그 자격은 충분했는가. 그리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었는가. 어떤 일을 얼마나 어떻게 잘 했는가.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인상 뿐이다. 그저 딸을 채용했다. 동생을 채용했다. 딸이 로스쿨에 다닌다. 여론재판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민한 시기 민감한 곳을 제대로 건드렸다. 제대로 들끓기 시작한다.


판단하기가 애매한 이유다. 근거가 없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런데도 벌써 결론은 내려져 있다. 특별히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부당한 수단을 동원한 것도 아니다. 해명이 사실이라면 아주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언론보다 국민의 속성을 잘 파악하는 곳은 없다. 어느새 고작 국회의원 인턴이 보통사람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대단한 특권이며 특혜가 된다. 그냥 지켜본다. 아주 재미있다. 과정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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