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생각한다. 무신이 권력을 잡으면 그만큼 군사력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군인이 권력을 가지면 그만큼 국방도 더 튼튼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가.


역사가 증명한다. 고려중기 무신들이 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고려의 군사력은 더 강해졌는가. 강해졌다. 단, 무신들의 사병만 강해졌다.


거란이 쳐들어왔다. 몽골이 쳐들어왔다. 그러나 무신들이 보유한 그 정예인 사병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농민들이 끌려가고 승려들이 끌려갔다. 전국이 초토화되는 가운데 무신들의 사병은 백성과 관리들을 억압하고 쥐어짜는데 골몰하고 있었다.


삼별초가 반란을 일으킨 이유였다. 최씨정권에 빌붙어 많은 원한을 만들었다. 이대로 고려조정에 남아있다가는 경대승의 도방처럼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처지였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켰다. 명분이야 좋았다. 몽골에 항거한다. 하지만 몽골과 싸우는 동안 삼별초가 한 일이 무엇인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조직을 만들었다. 군의 명령체계마저 무시한 채 개인의 사조직을 만들어 군을 사유화하려 시도했었다. 그 영향이 지금도 남아 군의 부정과 비리로 이어진다. 군이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었다. 권력은 군을 사유화하기 위해 군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그같은 비리는 구조화 고착화한다. 생계형 비리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된다. 다들 하는 짓거리다.


어째서 문민통제인가. 그나마 군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적기 때문이다. 군을 이용해서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차라리 군이 필요없으면 군의 규모를 줄여서라도 다른 분야에 쓰려 한다. 군인은 군의 직접이해당사자다. 군과 직접 이해가 닿아 있는 군인이 군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군의 효율을 높인다. 군과 민간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만들어진다.


국정원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업무의 전문성만을 고려해야 하는데 정작 조직 내부에서 정치질을 하고 있다. 국정원을 사유화하려 하고 있다. 단지 고향을 이유로, 혹은 어느 정권에서 중용되었다는 이유로 철저히 분리하고 배제하려 한다. 오히려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다른 일에 더 열심이다. 국정원이 원래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마저 뒷전이 된다.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특히 북한과 관련한 기존의 정보라인이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한 사실이 그를 말해준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권력에 아부하느라 당연해진다.


어떻게 문민통제를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민간정부가 그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으면 된다. 특정 권력이 아니다. 고도로 체계화된 구조가 그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개혁이다.


어려서 국정원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었다. 나쁜 놈들인데 유능하다. 말종들인데 일은 잘한다. 말 그대로 환상인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다. 그냥 개아들놈들이었다. 썩은 고기가 묻은 뼈다귀에 자기 내장까지 내어주는. 영혼이 없어서 영혼은 내주지 못한다.


국정원이 유능해지기 위해서다. 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군사법정은 비상법정으로 제한해야 한다. 민간법정이 군인도 재판해야 한다. 민간인 국방장관이 군인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한 20년 뒤에는 가능해질까?


답답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책임을 뒤로 한다. 한두군데가 썩은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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