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도 '썰전'에 나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평소 생각도 같고 추구하는 것도 같아서 넌즈시 영입을 제안하면 대부분 난색을 표하더라. 그리고는 얼마 지나니 2번당에 가 있더라. 사람들이 소수정당에서 정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게 3당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총선이 끝나고 나서도 정치부 기자 가운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철수의 권력의지나 역량은 이제 입증되었다. 그런데 그 주위가 문제다. 결국 1번당도 2번당도 아닌 사람들이 모야 3번당을 만든 것이다. 1번당에서도 2번당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안철수에게 매달려 3번당을 만들게 된 것이다. 엄밀히 3당체제라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독자적인 노선의 3번당이 아닌 이도저도 아닌 나머지의 3번당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문제다. 안철수는 몰라도 안철수를 둘러싼 사람들이 너무 문제다.


정치란 결국 욕망의 관리와 통제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한다. 그래서 때로 실수도 저지르고 잘못도 저지른다. 그것을 사전에 제지하고 사후에 제제한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놓아보내지 않는 포용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매양 벌만 주려 한다면 결국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리더란 때로 주위를 대신해서 흙탕물도 묻히고 똥물에도 발을 담그고 해야 하는 것이다. 리더를 믿고 기댈 수 있어야 집단은 유지된다.


안철수에게 주어진 시련이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안철수가 했던 제안들은 너무 지나친 것들이 많았다. 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당을 이끄는 리더의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전자였고 비판자였다. 비평가였고 평론가였다. 수십수백의 정치인들이 하나의 당 이름 아래 공존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을 수 없다.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이 문제들을 수습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성장해 있을 것인가.


예상한 바다. 그나마 1번당이나 2번당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 있다. 무언가 마음대로 저질러 보려 해도 그것을 막아서는 장치가 충분치는 않더라도 갖춰져 있다. 상호견제와 감시도 가능하다. 작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나온 것도 계파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쟁계파에 꼬투리잡힐 일은 크게 벌리지 않는 최소한의 상식을 갖추고 있다. 안철수의 사당이다. 안철수와 친소관계로 당이 꾸려져 있다. 허술한 체계 역시 쉽게 유혹에 빠지도록 만든다. 단, 이것이 단지 개인의 일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괜히 거대양당이 아닌 것이다. 수많은 3당이 있었지만 하나같이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의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인사들마저 결국 양당을 선택해야 했다. 현실을 본다. 안철수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결론일 뿐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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