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룡의 무협소설 '절대쌍교'에 보면 악인곡의 악인 가운데 손인불이기(損人不利己)라는 인물이 나온다. 자기에게 이익이 없어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손해글 끼쳐야 한다. 역대 무협소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별호였다. 농담삼아 내가 가장 바라는 인간상이라 말하기도 한다.


확실히 그런 사람이 많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가 아닌가보다 다른 사람에게 이익인가 아닌가에 더 예민하다. 자기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요즘 한국사람 가운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워낙에 단일민족으로 동질성을 강조하다 보니 남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을 못참는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익이 되기보다 다른 누군가에게 손해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제 1야당이 시끄러웠던 이유였다. 하늘에 두쪽이 나더라도 저놈들 잘되는 건 못보겠다. 그 인간들이 죄다 뛰쳐나가 만든 정당이 바로 국민의당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탄핵정국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당이 바로 국민의당이다. 박지원부터 전면에 나서서 고사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을 위해 퇴로를 열어주고 있었다. 개헌이슈를 던짐으로써 그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명분까지 쥐어주고 있었다. 어째서? 만일 이대로 탄핵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물러나고 나면 당장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도 혹시라도 문재인이 당선될까봐 뒤에서 태업에 파업까지 일삼던 것이 바로 그 인간들이었다. 정권을 잡자는 정당이 정작 정권을 잡게 될까 두려워서 다른 당의 후보에게 줄서고 자기 당 후보에게 해가 될 행위들을 저지른다. 2002년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대통령을 살려주더라도 문재인 대통령 되는 건 못봐주겠다.


문재인을 싫어하는 자기당 지지자들을 믿는다. 문재인을 싫어하도록 만든 호남의 지지자들을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 되는 것만 막으면 자기들 시대가 열린다. 최소한 지금보다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 나빠지더라도 참는다. 그만큼 문재인을 싫다.


원래 문재인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었다. 그 목적에 충실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 대통령을 살려주고 민주당을 꺾는다. 새누리당에 주도권을 쥐어주고 민주당을 망하게 한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목적이다. 아주 잘하고 있다.


국민이 바로 봐야 한다. 지지자들부터 제대로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그동안 보았던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주장과 바람이 과연 진심이었다면. 반문이 아닌 대한민국의 개혁과 발전이다. 안철수의 바닥이 드러난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았던 바닥이었다.


제대로 손인불이기를 보여주고 있다. 절대쌍교에서 가장 나쁜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저 손인불이기다. 가장 악인다운 악인이었다. 국민을 핑계로 국민을 배반한다.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채 자기의 이익만을 챙긴다. 이익도 아니다. 남을 망하게 하는 게 전부다. 재미있다. 재미있는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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