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지금 윤석열을 수사해서 면죄부를 주면 공수처의 존재의의는 완전 부정되고 만다. 의미가 부정되는 것을 넘어 자칫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라도 하면 공수처는 말 그대로 사라지고 만다. 공수처장은 유일한 공수처장으로 끝나고, 공수처 소속 수사관들은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다시 검찰로 돌아가더라도 몇 년이나 다른 곳에서 공백이 있었는데 과연 전처럼 검찰조직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인가.

 

공수처가 이대로 아무 의미없이 흐지부지 되면 공수처장도 공수처 수사검사들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공수처가 뭔가 의미를 갖는 존재여야 나중에 공수처가 사라지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공수처를 자신의 이력으로 삼을 수 있다. 하물며 지금 공수처에 소속되어 있는데 그런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면 그 기분이 어떻겠는가? 원래 같은 검찰이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공수처에 소속되어 있는데 검찰이 자신들을 개무시하고 있다. 못참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검찰과 공수처가 유착한다 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니라 단언했던 이유였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의 공이 크다. 윤석열이 아닌 문무일이었다면 절묘하게 공수처와 주고받으며 공수처를 검찰의 또다른 지청 정도로 만들려 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윤석열은 공수처를 인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었다. 공수처장이나 수사검사 입장에서도 이대로라면 공수처는 존재의미조차 잃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끝나 버리고 만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처음에는 검찰과 손잡고 정부와 적대하려는 계획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검찰이 노골적으로 공수처를 무시하는 이상 공수처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검찰을 적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무소불위의 존재였던 검찰과 적대할 수 있다면 공수처의 존재는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공수처 소속 검사들 입장에서도 이대로 공수처가 무력화되면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이 더 큰 명분을 얻게 될 가능성마저 높다. 이래저래 손익계산은 공수처가 윤석열을 잡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검찰을 잡아야 공수처장도 공수처 소속 검사들도 권위가 산다.

 

윤석열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보물이란 것이다. 윤석열이 아니었다면 공수처가 검찰에서 완전히 독립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석열의 의도는 너무 노골적이었고 따라서 공수처는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검찰과 적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대로 검찰이 무시하는대로 당하기만 할 것인가. 검찰을 잡아서 나중에 검찰과 다시 손잡을 때 자기들 몸값을 올리려 할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공수처 사라지고 소속 검사들이 검찰로 돌아간다고 이전과 같은 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못하다. 그게 조직사회란 것이다. 그런 공수처의 퇴로를 아예 막고 있는 것이 지금 윤석열의 영향 아래 있는 검찰인 것이고.

 

의외로 공수처가 윤석열을 제대로 수사할지 모르겠다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공수처장이 어지간히 대가리고 돌이거나 욕심이 없거나 신념이 투철하지 않은 이상 이것은 필연이다. 그래도 안 집단의 장인데 남의 밑에서 머리를 숙이고 싶을 것인가. 세상에 김명수 같은 병신은 둘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사법부의 수장이 일개 행정부 외청에 법원을 모두 들어다 바치고도 오히려 만족감과 안도감마저 느낀다. 과연 지금 공수처장도 그럴 것인가.

 

정치란 욕망이다. 정치란 인간의 욕망을 다스리는 기술이다. 공수처장의 권위가 절대 검찰총장만 못하지 않다. 오히려 독립된 기관이기에 행정부 외청인 검찰총장보다 높으면 더 높았다. 다시 말하지만 김명수 같은 병신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다. 양승태가 흔하지 김명수는 사법부의 자존조차 지키려 하지 않는 병신 중에 상병신이다. 그 기준으로 판단하려면 오류가 생기기 쉽다. 부디 예상대로이기를. 검찰은 공수처가 잡는다. 확실히 보여주기 바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