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재명은 홀가분하게 게릴라전을 펼치고, 이낙연은 174석 거대여당 민주당을 이끌고 정규전을 벌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었다. 이재명의 게릴라전은 승리를 쌓기는 좋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기 힘들고, 이낙연의 정규전은 승리를 얻기는 힘들지만 결국 대세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정규전의 승부처는 어디일까? 바로 공수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정으로 대권에 목표를 두고 있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11월 안에 공수처를 출범시키느냐 마느냐에 2년 뒤 이낙연이란 이름 뒤에 붙게 될 호칭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과연 174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고도 공수처조차 제 시간에 출범시키지 못하는 당대표에게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울릴 것인가? 바로 리더십의 시험대인 것이다. 정당한 목표를 위해 얼마나 단호해지고 과감해지고 독해지고 악해질 수 있을 것인가? 필요하다면 전쟁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란 자리인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느닷없이 NLL을 무시하더니 대한민국의 서해 영해는 물론 영토까지 침범하려 한다. 그때도 예의와 절차를 다 지키느라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며 시간만 끌 것인가? 아니면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더라도 단호하게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인가? 더 직접적으로 더 강력한 응징을 통해 북한이 다시는 그같은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북한은 아니지만 저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공수처설치를 방해하고 나오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거기에 놀아나서 공수처설치를 마냥 늦추고만 있을 것인가? 

 

아무리 책임총리라도 국무총리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무게감이 다른 이유인 것이다. 국무총리가 실수해도 욕은 대통령이 먹는다. 국무총리가 잘못해도 결국 모든 비난은 대통령에게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국무총리인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인 것이고. 국무총리는 그저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넘기고 사람 좋은 모습만 보여도 되지만, 결국 대통령은 욕먹을 줄 알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당장은 모든 비난을 한 몸에 받더라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이 그 책임까지 모두 짊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기만 해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인구만 5천만이 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인데 그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기만 해서는 결정 같은 건 내릴 수 없다. 리더가 아니다. 결국 선택해야만 한다.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공자가 말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란 결국 악인에게도 좋은 사람이다. 강도나 사기꾼, 강간범들에게도 좋은 사람이다. 비리나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들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권력을 남용하고, 직권을 오용하고, 횡령을 저지르는 이들에게도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당대표로써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까지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정의당 지지자들에게까지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당층을 끌어오고 싶으면 민주당이 지금 무엇을 하려 하고, 그것이 무당층들에게도 어떻게 이익이 되는가를 결과로써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과감하고 자신있는 행동에 사람들은 이끌리는 것이지 눈치나 보는 우유부단함은 그저 무능으로 보일 뿐이다.

 

결국은 174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의 힘을, 그것도 얼마나 낭비없이 효과적으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이낙연이란 정치인의 리더십이 시험받게 될 것이란 뜻이다. 얼마나 과감단호하게, 그러면서도 절차와 명분을 지키면서, 그러나 필요하다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의지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리더가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지만 좋은 사람이기만 바라지는 않는다. 개새끼라도 내게 꼬박꼬박 월급을 쥐어주고 일자리 걱정 없게 해주는 사장이 좋은 사장이란 뜻이다. 쌍놈의 새끼라 욕해도 내게 비전을 보여주고 미래를 약속해 줄 수 있는 상사가 좋은 상사다. 리더십이란 미래다. 비전이다. 그것을 이낙연은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다. 그냥 국민의힘 하나만 상대하려면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그러나 자칭 진보를 포함한 모든 언론과 거의 모든 지식인사회와 심지어 자칭 진보정당인 정의당까지 국민의힘에 가세해 민주당을 막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규전은 어렵다. 모든 의도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드러난 실력만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상대를 굴복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대통령 아닌가. 그냥 당대표가 아니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대표다.

 

조금은 위태하다. 너무 신중한 나머지 언론과 국민의힘에 완전히 놀아나는 듯한 인상마저 심어준다. 이러다 대통령 되고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고 언론과 야당의 눈치만 보다가 아무것도 못하면 그 책임은 민주당과 지지자 전체에 돌아오게 된다. 이재명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 이낙연이 미덥지 못하다.

 

과감할 때는 과감해야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비난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반대를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독재자와 민주주의 리더의 차이는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아닌 책임지는 방법에 있는 것이다. 결정은 오로지 리더의 몫이다. 너무 답답하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너무 늦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결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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