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가장 크게 실수한 것이 민주당을 예전 민주당으로 생각하고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도 한 몫 했다. 예전 열린우리당 같으면 모든 언론이 나서서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면 눈치를 보며 이탈하는 인간들이 반드시 나왔다. 더구나 같은 편이라 여기는 자칭 진보언론에서 무어라 일방적인 기사를 쏟아내면 그것 때문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간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보지 않았는가. 아니 20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떨어져나갔다는 이유로 모든 언론은 민주당만을 적대하고 있었다. 어차피 민주당 망하라는 언론놈들 신경쓸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서 또 오판한 것이 민주당이 지금 174석이라는, 우호의석까지 더하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대부분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막대한 의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민주당이 의식해야 하는 대상은 국민의 여론이다. 따라서 국민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게 철저히 명분을 쫓는 행보를 소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선택했어야 했다. 기왕에 민주당이 하고자 하면 공수처를 아예 막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최대한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타협을 시도했어야 했다. 자기들 동의 없이 공수처장 후보조차 선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자기들과 성향이 최대한 일치하는 인물을 공수처장에 앉히려 시도한다. 그런데 안했다. 아예 안하겠다. 아예 못하겠다. 그냥 배째라. 그래서 배쨌다.

 

민주당의 힘을 오판하고, 자신들의 실력을 오판했다. 검찰과 언론의 위력에 대해서도 너무 관성에 기대어 판단하고 있었다. 언론은 더이상 전처럼 민주당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난 총선이 보여줬다. 후보경선에서조차 언론보다 지지자들의 의지가 더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언론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적이다. 언론이 아닌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지만이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이어가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이낙연의 눈앞에 차기 대권이 아른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선의가 아닌 욕망을 보는 것이다. 차기 대권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과연 언론이 지랄한다고 공수처를 포기할 정치인이 어디 있을 것인가.

 

그 결과인 것이다. 차라리 국민의힘이 끝까지 반대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적당히 중간에 타협하고 공수처장을 이상한 놈으로 앉히려 했으면 더 곤란해지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었을 것이다. 감사원장을 보라. 윤석열을 보고. 그래서 검찰과 언론 믿고 예전 민주당만 생각하고 올인했다가 민주당의 압도적인 힘 앞에 그냥 쓸려나가고 만다. 그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도 언론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처음에는 두려워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시하기 시작했던. 싸움은 한 번에 끝내는 것이다. 이낙연이 정규전 하는 방법을 안다. 정규전은 이재명식 비정규전과 다르다.

 

아무튼 이낙연을 믿은 보람이 있었다. 이낙연의 선의가 아닌 대권에 대한 욕망을 믿었다. 한참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이재명과 1,2위를 다투는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원과 지지자, 그리고 국민에게 앞세울 자기만의 실적이 필요하다. 자신을 과시할 실력과 성과가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 연내에 못하면 이낙연의 대권도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고 있기에 더 절박할 수 있었다. 내일인가?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되고 윤석열 징계받으면 겨울이 무척 따뜻해질 것 같다. 언론이 병신이다. 언론을 믿는 놈은 더 병신이다. 새삼스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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