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포유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척추가 수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평으로만 움직인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상어와 고래를 비교해 보면 더 분명해진다. 상어는 수직으로 난 꼬리지느러미를 좌우로 움직여 추진력을 얻는데 반면 고래는 수평으로 난 꼬리를 위아래를 움직여 추진력을 얻는다. 육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마뱀이든 악어든 땅위에서 달리려면 요란스러울 정도로 몸을 좌우로 비틀어 움직여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늘이든 바다든 땅이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속이야 크게 상관없지만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육지에서 이전처럼 척추를 좌우로 크게 움직이며 앞으로 나가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몸 전체를 움직여야 하니 에너지소모도 크고 그만큼 속도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선택한다. 초기포유류가 돌연변이를 통해 척추를 수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면 그럴 수 없었던 초기공룡의 일부는 아예 상체를 일으켜서 척추를 움직이지 않고 두 뒷다리로만 이동하는 방법을 진화를 통해 획득하게 된다. 앞발까지 합친 만큼 거대해진 뒷다리로 일어서서 달리게 된다면 척추를 움직이느라 몸 전체를 비틀어야 하는 비효율과 비능률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러고 났더니 이제는 앞다리가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그같은 진화과정에서 뱀도 출현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뱀의 진화는 먼저 앞다리의 퇴화에서 시작되었다. 아예 어깨뼈부터 앞다리가 사라지며 뒷다리까지 퇴화되어 몸에 묻히게 되었다. 땅위를 빠르게 달리는데 앞다리는 필요없다. 뒷다리만 비정상적으로 크고 강하게 진화하며 앞다리는 점차 작아져 흔적만 남게 된다. 티라노사우르스의 위압적인 모습과는 달리 앙증맞기까지 한 앞다리가 이를 보여준다. 과연 티라노사우르스에게 있어 앞다리란 어떤 의미였을까. 어떤 유의미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을까. 


물론 앞다리가 아주 쓸모가 없지는 않았다. 뒷다리로만 서서 달리다 보면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갑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하거나 할 때 중심을 잡기도 어렵다. 그럴 때 새들은 날개를 펴서 균형을 맞춘다. 날개를 활짝 펴서 속도를 조절하고, 때로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 필요한 움직임을 더하기도 한다. 공룡의 앞다리에 깃털이 - 그것도 아주 큰 깃털이 자라기 시작한 것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이다. 처음부터 날기 위한 도구로서 깃털이 자라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어린 새끼이거나 아니면 개체의 크기가 작을 때 깃털은 어느새 항온동물로 진화한 공룡의 체온을 보존하는데 탁월한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점차 깃털이 진화하며 퇴화된 공룡들의 앞다리에 역할을 부여하게 되었다. 공기의 저항을 이용하여 항력과 양력을 부여함으로써 육상에서 달릴 때 더 효과적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단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익룡이 새의 직접적인 선조라 여기는 믿음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이처럼 처음 공룡의 깃털은 날기 위한 것보다 다른 목적을 위해 생겨났고 진화하고 있었다. 앞다리의 큰 깃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다리로서 기능을 잃은 앞다리가 커다란 깃털로 인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게 되었다. 빠르게 달리면서 날개짓을 통해 얻게 된 양력은 이후 공룡들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게 되었을 것이다. 더 크고 더 강력한 날개가 더 큰 양력을 부여한다. 어떤 공룡들은 여전히 땅위를 달리고 있지만 어떤 공룡들은 아예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다른 차원의 세계로 날아가게 되었다. 땅위를 잃은 대신 공룡들은 새로운 하늘의 지배자가 되었다.


물론 모든 공룡이 새가 된 것은 아니었다. 공룡 가운데서도 조반류만이 살아남아 새로 진화하고 있었다. 효율의 문제였다. 중생대 말 갑자기 밀어닥친 환경의 변화는 보다 새로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종들에게만 생존의 기회를 남겨주었었다. 하늘을 날 수 있었고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빠른 수직이동이 가능했다. 육상에서는 새롭게 진화하기 시작한 포유류에 밀리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일부 새들은 땅위에서 빠르게 달리며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다. 단, 인간이 나타나기 전까지. 인간의 자연파괴는 아주 일찍부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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