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공사장에서 일하면 새참 때 막걸리도 한 잔 씩 돌리고 했었다. 당연히 안 될 일이다. 하도 안전사고가 일어나니까 아예 법으로 절대 그러지 못하도록 막아 버렸다. 현장에서 반응은 어땠을까?

 

안전모, 안전화, 안전장갑 꼭 하라. 그렇게 싫어한다. 근데 안전모는 솔직히 나도 별로다. 여름에 하루 쓰고 나면 온통 뭐가 나는 것 같은게 따갑고 가려워서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장에서 반발한다고 안전장비착용을 철회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개혁이라는 게 그렇다. 하다못해 군대에서도 그래도 뭐 하나 좋게 만들겠다고 지침이 내려오면 일단 병들부터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혹행위 하지 말라 해도 꼭 하고, 구타 하지 말라 그리 강조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타한다. 그래야 군대가 돌아간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 하라는 자체가 스트레스인 것이다. 더구나 그것을 권한으로 여기고 있다면 더욱 반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공무원들 돈 못받게 하고 기강을 바로세우겠다며 개혁에 나섰을 때 공무원들의 반응은 어땠겠는가. 택시들 규제하고 단속할 때는 어땠을까? 당연히 개혁을 시작할 때는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기득권의 저항이 없으면 그것은 개혁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저항을 당연하게 받아 옮기며 개혁은 잘못되었다 주장한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물론 기자와 검찰은 이해공동체다. 아예 대부분 기자들이 자신들은 검찰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기사를 쓴다. 검찰이 옳다면 옳고, 검찰이 그르다면 그르다. 검찰이 검다면 흰 것도 검은 것이고, 검찰이 노랗다면 파란 색도 노란 것이다. 그래도 되었던 이유는 검찰이야 말로 옳고 그르고 검고 노란 것을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찰만 따라서 기사를 쓰면 전혀 문제될 일이 없었다. 그러니 검찰을 지켜야 한다. 검찰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기자인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검찰이 그동안 누리던 기득권과 편의로 해오던 관행등을 바로잡으려 한다. 귀찮고 성가시다. 피해가 막심하다. 그래서 검찰이 반발하고, 그런 검찰과 한 몸이 된 기자가 반발한다. 그래봐야 법무부는 검찰청의 상급기관이고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상관이다. 다만 이런 경우만 기자들은 쏙 빠진다. 양아치들이다.

 

아무튼 제발 집단으로 사표 좀 내주었으면 바라고 있을 지 모르겠다. 좋은 변호사들 많다. 오히려 검사들보다 더 현실에 밝고 양심적인 변호사들이 검찰 밖에 채이는 상황이다. 과연... 그러거나 말거나 개똥이 뒹굴어도 기차는 달려간다.

 

어이없으면서도 한 편으로 이해가 가는 이유다. 검찰과 언론은 한 몸이다. 검사와 기자는 자웅동체다.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공중파와 종편과 종이신문의 구분조차 없다. 현실이 그렇다. 똥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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