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검찰총장이 문무일이었으면 공수처의 내용이 어떠했을까 잠시 가정해 보자. 김용민 의원이 이미 준비하고 있다는 수사와 기소 분리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검찰개혁에 있어 협상의 파트너는 야당이 아닌 검찰 자신이었다. 야당보다는 검찰 자신이 정부에 협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검찰개혁에서 자기 지분을 찾아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가?

 

윤석열의 징계여부는 이제와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검찰이 그토록 반대하던 공수처법이 더 강경해진 내용으로 통과된 사실이 중요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마저 더 엄격하게 준비중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누구의 덕이다? 검찰 스스로가 파트너가 되기를 포기했다. 아예 검찰개혁 저지에 올인하며 정부와 여당에 척을 지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우리는 어찌되었든 야당의 편이다. 야당까지 동원해서 의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저지하겠다. 문제는 야당도 검찰과 언론을 믿고 협상따위 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 어쩌겠는가. 포기와 강행 둘 중 하나만 민주당 입장에서 남은 것이다.

 

포기는 안된다. 포기하는 순간 어떻게 되는가 열린우리당의 경험으로 뼈가 아프도록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밀어붙여야 한다. 기왕에 이렇게 된 것 협상따위 상관없이 원래 자신들이 하고자 하던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선택했어야 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은 순간 검찰은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힘을 의식하고 전략을 달리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동안 윤석열이 해 놓은 짓이 있고, 더구나 한동훈 등 측근들과 가족까지 걸린 상황이다. 기껏 준비한 김봉현이란 폭탄도 오히려 바뀐 힘의 구도에 자해카드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윤석열의 대선후보 지지율 때문일까?

 

검사들이 정치를 잘 모른다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아무리 높아봐야 실전에 가면 다 의미없는 것이다. 그동안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지율만 높게 나오다가 결국 실전에서 망하고 만 정치인이 어디 한둘이게? 그래도 윤석열이 차기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른다. 차기정권의 주인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도 조금씩 눈치채고 있을 지 모른다. 윤석열의 버티기가 결국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검찰개혁을 더욱 엄격하게 강행해야 한다는 당위만 강화시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검찰은 개혁의 파트너가 아닌 대상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윤석열이 대선에도 나가지 못하면 나머지 검사들은 어떻게 되는가?

 

법만 공부한 바보들이란 것이다. 지금이라도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검찰 내부에도 개혁적인 검사들이 있다. 검찰개혁의 원론에 찬성하는 올바른 검사들이 있다.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되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누구를 쳐내야 하는가? 윤석열이 지금 대선후보 지지율을 미끼로 검찰 전체를 끌어안고 함께 침몰하는 중이란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은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깨닫겠지.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윤석열이라 다행이다. 문무일은 더럽게 짜증났었다. 아마 문무일이었다면 윤석열처럼 터뜨리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노려서 단기에 터뜨렸을 것이다. 조국 하나 잡자고 난리치기에는 검찰이 입을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정권을 상대로 한 싸움이란 것이다. 그리고 끝났다. 검찰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남았을 것인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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