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썼기에 여기 오는 사람 대부분 알 것이다. 나 물류일 한다. 전날 오후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죽어라 택배물품 분류하고 나르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라 그냥 뻗어 자는 날의 연속이다. 그래서 요즘 뉴스도 잘 보지 못하고 글도 거의 쓰지 못한다. 밤에 일을 하는 만큼 낮에는 더 많이 자야 겨우 피로가 풀린다. 그런데 요즘 물류일 하겠다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학비 벌겠다는 대학생, 은퇴한 노인들, 그리고 실직자들...

 

경비원 면접을 보러 갔을 때도 자영업 하다가 문닫고 경비원이라도 해보겠다고 1시간 걸려 면접 보러 온 사람을 만난 적 있었다. 물류센터에서도 개인사업 하다가 결국 망하고 나이도 많은데 물류일하겠다 찾아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코로나로 물량 터지는 택배회사이기에 물류일이라도 어떻게든 찾아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3단계라? 셧아웃이라? 무려 1년 가까이 어떻게든 코로나19의 확산을 틀어 막으면서도 최소한의 경제는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온 정부의 노력이 아주 우스워지고 만다. 일찌감치 사람들이 나다니지 못하도록 틀어막았으면 확산은 막을 수 있지 않았는가. 대신 수입이 없어진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해야 했겠지.

 

선진국들에서 셧아웃에 반대하는 시위가 빈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선진국에서도 중산층 이하에서는 저축을 할 만한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이다. 한 달 월급 받으면 세금 내고, 사회보험비 내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지출만 해도 한 달 겨우 사는 사람들이 상당수란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지 못한다.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노동자들은 일을 하지 못한다. 살겠는가? 코로나로 죽기 전에 굶어죽거나 자살로 죽겠다. 그래서 버텨 온 것이다. 최소한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확진자의 증가를 억제하면서 그래도 경제는 최소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도록. 집도 절도 없이 찜질방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그래도 목욕탕이라도 문을 열어야 씻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식당이 문을 열지 않으면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데 그런 노력들이 다 부질없었다? 그러면 일찌감치 셧아웃으로 나라 전체를 멈췄으면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없었을 것이란 확신인가.

 

언제가 계기였는가는 너무 분명하다. 8.15 광복절 집회를 기점으로 아예 자기 동선을 숨기고 병을 확산시키는 참가자들로 인해 방역당국의 노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목표마저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후로는 그런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누가 8.15집회를 주최하고, 참가하고, 지지했었는가. 재미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그 놈들이 바로 8.15집회를 지지하며 개천절집회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었어야 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칭 보수, 자칭 진보, 그리고 언론과 정의로운 네티즌들. 도대체 거리두기 3단계와 셧아웃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나 하고 떠드는 것인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나, 그야말로 파리목숨인 계약직 노동자들, 그리고 길거리에 사람이 사라지면 바로 말라죽고 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들 자신들과 가족들의 생계가 그 조치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마지막까지 피하고 싶었던 그 선택을 지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신났다는 놈들이 있고, 그런 상황에 더 절망하고 분노하는 이들이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방역이고 조치인가.

 

당장 컴퓨터 끄고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라는 것이다. 문닫은 가게들과 절망한 상인들과 일조차 없이 시름에 잠긴 노동자들의 모습을 한 번 살펴 보라는 것이다. 하긴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정의당이 노동자들을 더욱 절망으로 내모는 보수집회를 강경하게 지지하며 나선 바 있었다. 그런데도 3단계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그렇게 좋아할 일이기만 한가. 늬들만 좋은 것이다. 버러지 새끼들. 진짜 버러지 새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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