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집권자로서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겪는 장점이자 단점일 텐데, 뭐냐면 바로 판단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한을 가지고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판단과 평가 역시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자에 대한 여론조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체적이다. 이런 정책은 잘한다, 이런 정책은 못한다, 그런데 정작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아쉬움과 불만도 있고,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래도 뭔가 해낸 것은 정부와 여당 밖에 없다. 그러면 야당은 무얼 했는가? 야당이 내놓은 제안들조차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정권을 가진 정부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모든 언론이 하나가 되어 아주 사소한 흠이라도 찾으려고 지랄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기가 상당히 꺼려진다는 것이다. 그냥 정부만 욕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까지 싸잡아서 욕하는데 누가 나 문빠요 하고 당당히 밝히려 들겠는가. 그것을 노리고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모두가 지지자를 싸잡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지지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억누를 수 있다. 그 결과가 리얼미터에서 유독 낮게 나오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인 것이다. 반면 갤럽은 ARS에서는 억누르고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의 지지성향을 실제 설문을 통해 드러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수에 샤이가 많다는 것은 그동안 정권을 잡아 온 것이 보수정당이기 때문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고서 보여 온 모습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야당 역시 지리멸렬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평소 지지율은 항상 보수정당의 절반 조금 넘는 정도가 고작이었었다. 그래도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못하기만 해도 지지할 이유가 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이 잘한다 싶으면 야당을 굳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막상 선거 때가 되면 그래도 정권을 잡은 입장에서 이것저것 해놓은 것도 많으니 그런 것들을 고려해 현재의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 과연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감으로 야당을 지지하기는 하는데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온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최악은 아무것도 않는 것이다. 차선은 그나마 실패하는 것이다. 실패라도 한다면 다음에는 더 잘하려는 노력이라도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지게 된다. 지금 보수정당이 하고 있는 짓거리다. 정의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뭘 하고 있을까? 고작 조선일보의 눈에 들어 기사 몇 줄 나오는 것 말고 지금 정의당이 실제 하고 있는 의미있는 행동들이란 무엇이 있을까? 주장은 주장이다. 비판은 비판이다. 행동은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욕을 먹는 만큼 기대도 신뢰도 받게 되는 것이다.

 

갤럽과 리얼미터의 전혀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대하는 나의 이해와 입장이다. 갤럽은 굳이 현정부와 여당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싶지 않은 여론을, 리얼미터는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그런 것을 드러내고 싶은 적극성을 각각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뭐가 다른가? 그래봐야 둘 다 대통령 지지율은 40% 중반을 넘어가고 정당지지율에서도 열린민주당 포함 10% 이상의 차이가 난다. 리얼미터에서는 열린민주당이 많이 잡히고 갤럽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더 많이 잡힌다. 그냥아무리 그래도 지지율 격차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는 일이 다른데. 이나마도 언론의 힘일 것이다. 한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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