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국민의힘 골수지지자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공약하더라도 지키지 않을 것 같고, 민주당은 공약했으면 반드시 지키려 할 것 같다. 그래서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는 공약에도 민주당의 공약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기꺼이 같은 공약을 앞세운 국민의힘에 투표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국민의힘이 이슈선점에 기민한 반면 민주당이 둔하게 보이는 이유가 드러난다.

 

사실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이슈란 대개 주의깊게 여러 현실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내놓은 것이 아닌 그냥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들이다. 어차피 지킬 생각도 없으니 뒷일을 생각지 않는다. 당연히 본심이 아니니 평소 다른 생각과 주장을 펼쳐 온 이들조차 이익이 된다 여기면 한목소리로 나설 수도 있다. 그러면 그런 주장들을 검증해서 비판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텐데 대한민국에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이 한 곳이라도 있던가?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조차 국민의힘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서 민주당과 민주정부를 공격하는데 앞장서는 터다. 여가부와 통일부폐지 역시 그런 연장에 있다 할 수 있다. 이게 이렇게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일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반면 민주당은 한 번 어떤 주장을 하려 하면 그 전에 생각부터 많아진다. 한 마디로 언론개혁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낙연조차 한 번 언론개혁을 하겠다 입밖에 꺼냈다면 그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재명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평소의 주장을 수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후보로 선출되어 마침내 당선까지 되더라도 과연 임기 안에 공약한 바를 실제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가능한 선까지 후퇴하며 공약을 가다듬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임기 안에 가능하고 여기서부터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하다. 대신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듯 민주당의 공약은 대개 이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동반하게 된다.

 

그 차이다. 그래서 내가 민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만 빠르다. 입만 싸다. 반면 행동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모든 것이 둔하고 느린 것 같아도 한 번 결정하면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조응천이나 박용진이나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에 붙어 있는 것이다. 성향은 저들과 같아도 당의 문화가 민주당이 저들과 더 잘 어울린다. 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싸울 일이 거의 없다. 싸우더라도 드러나게 싸우지 않는다. 무엇이든 진심이 아니니 싸우더라도 진심과 거리가 멀다. 더 쉽게 타협하고 화합할 수 있다.

 

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여가부를 해체하겠다 했을 때 어째서 여성주의자들은 반발않고 침묵으로 지켜보고만 있는가. 지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호응해서 폐지하고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바꾸자는 주장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언론도 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이다. 진심이 아닌 것을 알기에 그저 민주당만 공격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오세훈을 보면 알지 않은가. 시장으로서 정작 해야 할 일은 않고 엉뚱한 일들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마찬가지였다. 저들이 유능한 것 같아도 결국 무능한 이유다. 정치를 정치로만 본다. 정치적 이해에만 항상 우선한다. 실질이 없다. 실질이란 자신들에게 돌아올 정치적인 혹은 개인적인 이익인 것이다. 그런 것이 부러우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면 된다. 무거워서 때로 좋은 것도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다른 이유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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