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식민지의 기억 탓인지 대부분 한국사람들은 외국어에 대한 어떤 강박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절대 남의 나라 말을 하면서 틀리거나 해서는 안된다. 한국어는 자기 멋대로 쓰면서 그러나 외국어에 대해서 만큼은 어휘도 문법도 완벽해야만 한다. 그런데 정작 그 나라 사람들도 그렇게 엄격하게 자기들 언어를 쓰지는 않는다.

영국의 영어가 다르고 미국의 영어가 다르고 싱가포르의 인도의 영어가 다르다. 같은 미국에서도 동부의 영어가 다르고 서부의 영어가 다르고 남부의 영어가 다르다. 물론 정확하게 현지 상황에 맞게 어휘를 선택해 쓸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가 한국말로 인사하면서 연변사투리를 쓰고, 시진핑이 한국말로 인사하면서 북한 사투리를 쓴다고 뭐라 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냥 지나가는 헤프닝으로 여기고 말 뿐이다. 그러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당장 내가 인도네사아어나 말레이시아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그냥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과연 외교적 결례인가. 실수와 결례는 다르다. 어차피 외국인이다. 아마 말레이시아어 같은 것은 배워 본 적도 써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아침인사와 낮인사를 헷갈리는 정도야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실무진의 실수라 여기지 그것 가지고 무슨 심각한 결례 쯤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고보니 말레이시아어와 인도네시아어의 뿌리가 같다고도 한다. 그런데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양 스스로 비난하고 반성하고 난리도 아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정보면 좋을 텐데.

하긴 이번 언어문제만이 아니다. 정치라는 게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어떤 정책도 모든 구성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다. 절대 한국 언론은 잘한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정부 편든다는 말을 들을까 무서워 잘못된 보도인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완하거나 반박하려 하지 않는다. 그나마 내가 JTBC 뉴스룸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이유다. 최근 KBS에서도 팩트체크에 조금 더 힘을 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잘하는 건 잘하는 것, 못하는 건 못하는 것, 아쉬운 건 아쉬운 것, 아쉬운 것도 무슨 큰 죽을 죄라도 진 양 험악한 표현들까지 동원해 댄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라.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박근혜가 해외순방 도중 넘어졌다고 잠시 헤프닝으로 여기지 무슨 큰 결례씩이나 된다고 비난한 사람은 극히 소수 다. 괜히 사실과도 전혀 다른 침소봉대로 혹세무민하려 한다. 언론이 쓰레기인 이유다. KBS가 팩트체크할 때까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사정을 모르는 나 역시 가만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몰라서 그런 것이면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 그랬다면 쓰레기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외교부의 태도는 옳다. 그런 건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병신들이나 싸움거리로 여긴다.

사실관계를 알고 나니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그냥 사소한 헤프닝으로 넘어갈 정도의 작은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만 비판도 아닌 비난할 수 있으면 사실따위야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다. 또 거기에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인내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공부도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어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겠지만. 언론이 쓰레기다. 이것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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