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선비들은 왕에게 정통성이 없고 나라에 정의가 없다면 권력을 탐하여 출사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었다. 고려를 찬탈한 이성계를 섬기는 것을 거부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후학을 기르는데 힘썼던 길재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당장 일제강점기만 해도 정통성없는 불의한 권력이기에 많은 이들이 조선총독부로부터 아주 작은 하나라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한용운 같은 이는 딸을 일본의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자기가 직접 품에 안고 가르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것을 곧 절개요 지조요 정의라 여겼었다.


물론 조선총독부라고 하는 실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선 인민들의 삶과 권리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고자 애썼던 이들도 적지 않았었다. 다만 그들은 조선총독부와 일본의 지배를 인정했기에 굳이 일본과 적대하려 하지 않았었다. 만일 누군가 조선총독부에 의해 관리로 임명받아 일본인을 적대하는 정책을 폈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조선총독부라는 실체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관직까지 받았는데도 그저 일본인을 적대하는 정책을 폈으니 그들도 독립운동가라 인정해야 하겠는가? 아니면 일본인의 권리마저 무시한 악덕관리라 욕해야 하겠는가?


많은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아마 한국은 남성강점기일 것이다. 남성에 의해 여성이 부당하게 억압당하고 침탈당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남성을 극복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여성해방을 이루고 남녀평등에 이르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남성과 관련한 모든 것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이 바로 여성주의다. 그런데 어째서 여성주의자들은 다름아닌 남성인 대통령이 임명한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러 공직을 받아들이고 그를 등에 업은 채 남성을 윽박지르며 억압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일까? 저들이 가장 앞장서서 거부하고 부정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한남인 대통령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나는 워마드가 상당히 솔직하고 일관성있다 생각한다. 기왕에 반사회투쟁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현실의 법도 원리도 가치도 모두 무시한 채 오로지 여성만을 앞세운다. 정당하게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도 무시한 채 하야를 외치며 헌법에 의해 탄핵당하고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까지 받은 전직대통령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돌려세우려 앞장선다. 남성과 관련한 모든 것을 부정하겠다. 남성과 연관된 모든 것을 거부하겠다. 그런데 정작 그들을 지지하는 여성주의자들은 남성의 권력을 받아 그를 등에 업으려 한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그렇게 남성이 싫으면 여성가족부도 거부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한 모든 권력과 지위를 남성인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으니 마땅히 거부해야 한다. 아니라면 인정해야 한다. 남성강점기가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 남성이 우위에 있는 사회임을. 그럼에도 남성과 여성은 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동반자임을. 그래서 대화하고 설득하고 이해하고 타협하면서 함께 나가야 할 상대임을. 그렇다면 여론이 반대한다는데도 자기 자리까지 걸고 밀어붙이겠다는 헛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당장 당과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알면서도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헛짓거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년들이다. 그나마 그동안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여성주의에 대한 호감마저 깡그리 지워버린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충분한 기회만 주어지면 잘해낼 것이라는 기대마저 날려버린다. 정부에 대해서도 당에 대해서도 어떤 연대도 책임감도 가지지 않는 저 버러지들을 무어라 말해야 좋을까? 그렇게 여성이 우선이면 남성의 정부를 알아서 걷어차고 나오던가. 그래서 차라리 진선미류보다 워마드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진선미류야 말로 진정 워마드가 남성정부에 심어놓은 스파이였던가. 정부를 망치고 여당을 망치고 여성대통령을 다시 돌려세운다.


그런 게 바로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런 게 바로 억압이라는 것이다. 중간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그저 정부끼리만, 정부부처끼리만,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권위와 권력만을 앞세워서. 다른 말로 독재라고도 부른다. 큰일 날 뻔했다. 저딴 게 혹시라도 어디 지자체 장이라도 되었다면 그 지역은 어떻게 되었을지. 기생이라는 말도 과분하다. 기생충 가운데는 덕분에 숙주의 생존에 더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저것들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차라리 여성운동가로서 워마드와 함께 시위라도 나선다면 인정해 주겠다. 역겨운 것들이다. 이른 아침부터 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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