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아베 정부에 가장 강력하게 바라고 있는 것은 미국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일본의 재무장이었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서 미국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버겁고 일본과 한국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일본은 지금 평화헌법에 매여 있어 정작 필요한 때 군사력의 투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등한 국가관계라면 미국이 일본을 위해 싸우는 만큼 일본도 미국을 위해 싸워야 한다.

 

아베도 계산했을 것이다. 아마 그렇게 트럼프도 설득했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한국을 때리면 지지율이 오르고 선거에서 승리해서 평화헌법도 바꿀 수 있게 된다. 개헌을 통해 숙원하던 정상국가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아예 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기적으로 한국정부를 곤란케 만들어 정치적 목적도 이루고 선거에서도 승리하겠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도 트럼프 역시 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어느 쪽이 미국과 자신의 이익에 더 큰 도움이 될 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결국 지금 미국 정부가 자꾸 군불을 지피는 것도 중간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면서 한 편으로 지금 당장은 개입할 수 없는 사정을 감추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어찌되었던 미국 입장에서 아시아태평양전략에서 중요한 두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지만, 그러나 지금 당장 개입하기에는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개입해서 중재할 수 있지만 그때까지는 단지 말로써 변죽말 올리겠다. 그러면 그 걸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G20 전 트럼프가 일본정부를 향해 했던 말과 아베의 목적을 떠올리면 무리없이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그토록 아베와 일본의 극우들이 염원하던 정상국가라는 것이 지금의 일본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니 아예 해악이 될 수도 있다. 군사력이란 끊임없이 돈을 빨아들이는 괴물과 같은 것이다. 병력을 증강하고, 첨단무기를 확충하고, 그를 유지 관리하는 한편 실전적인 훈련까지 치러야 한다. 만에 하나 미국과 함께 전장에라도 투입되는 날에는 예산의 소모는 겉잡을 수 없어진다. 저 미국조차 전비로 인한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제가 주저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란 것이다. 그런데 국가채무비율이 250%를 넘어가는 일본이 과연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병력을 확충하기 위해 징병제라도 시도했다가는 젊은 층의 표는 다 날려버리는 것이다. 병력을 늘리면 월급이라도 잘 챙겨주어야 할 텐데 그 인건비는 어찌할까? 기존의 무기들도 너무 비싸고 성능이 불만족스러워서 난감해 하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돈을 더 쓰겠다. 사람을 더 동원하겠다. 누구를? 혹은 무엇을 위해서? 무엇보다 과연 거기에 일본이란 나라의 이익이 있기는 한 것인가. 역시나 뒤는 생각지 않는다.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것이다.

 

당분간 미국이 직접 나서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 지 모르겠다. 다만 아베가 너무 시간을 끌면 미국으로서도 도저히 어쩔 수 없다. 단기전은 허락하지만 장기전은 사정이 다르다. 그 전에 원하는 정상국가로 만들고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이라는 걸 않는다. 아베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모르는 것은 일본 국민들 뿐이다. 언론이 쓰레기임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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